제96화
지금쯤이면 아마 속이 부글부글 끓으며 사람이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정민욱은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이 자기한테 튈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은 한두 마디로 설명이 될 리 없고 이 두 사람 사이엔 신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차에 올라탄 권예진은 창가 쪽에 앉아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봤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가해 운전자를 왜 때렸어요?”
공호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좀 강하게 밀어붙여 본 거야.”
말을 마친 뒤 공호열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다그쳐도 아무 소득 없이 도리어 역공당했지. 이 말 해봤자 넌 안 믿겠지만, 모든 걸 추측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어. 너도 내 속을 읽을 수 없고, 나도 네 마음을 꿰뚫어 보진 못하니까.”
결혼을 강요받은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보기엔 그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녀에게 끌려다니는 중이었다.
무언가에 휘말리고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기분, 그것도 누가 자신의 수를 읽고 있다는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지독하게도 기분 나쁜 상황이었다.
권예진은 아무 말 없이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얼굴엔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공호열 역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정민욱에게 말했다.
“오아시스로 가.”
그러자 권예진이 바로 맞받아쳤다.
“전 병원으로 갈 거니까 앞에 도로변에서 내려주세요, 정 비서님.”
정민욱은 난처한 표정으로 룸미러를 통해 공호열의 얼굴을 살폈다.
공호열의 얼굴엔 냉기가 감돌았고 금방이라도 얼어붙을 것처럼 굳어 있었다.
“병원엔 간병인이 있어.”
공호열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일단 오아시스로 가자. 너 요즘 며칠째 제대로 쉰 적도 없잖아. 쉬지 않더라도 샤워라도 하고, 갈아입을 옷은 챙기고 나가야지.”
그러고는 입꼬리를 비틀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설마 일부러 냄새 풍겨서 정우현 후각 자극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권예진은 공호열을 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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