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오빠, 선 좀 지켜주세요
“뭐 하는 거예요?”
심가희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불 꺼진 집 안, 남녀 단둘이라는 상황에 괜히 긴장됐다.
게다가 머릿속엔 그날 밤 그 일이 스쳐 지나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곽지환은 그녀의 경계하는 표정이 괜히 우스웠다. 그는 외투를 벗으며 넥타이까지 느슨하게 풀었다.
“내가 뭘 하려는 것 같아?”
심가희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고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핸드폰 불빛에 비친 곽지환의 얼굴은 더 또렷해 보였다.
오늘따라 안경도 쓰지 않은 깊은 눈매와 은근한 미소가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분위기를 풍겼다.
“쿵.”
심가희는 그만 뒤에 있던 서랍장에 부딪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난번은 오해였다고 했잖아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오빠, 선 좀 지켜주세요.”
곽지환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심가희가 또다시 놀라 소리치려던 찰나, 그의 손이 그녀 뒤로 뻗었다.
그리고 서랍 위에 놓여 있던 작은 공구함을 집어 들었다.
“왜 그렇게 얼어 있어? 손전등이나 켜.”
툭 내뱉듯 말한 그는 공구함을 바닥에 내려 열었다.
배선을 손봐주려던 것뿐이었다.
정장 차림에 어딘가 불편해 보였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심가희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황급히 핸드폰 손전등을 켰다.
곽지환은 집 구조를 대충 아는 듯 능숙하게 배전함을 찾아냈다.
심가희는 키가 작아 까치발을 들어 그를 비춰줬다.
몇 분쯤 지났을까, 그가 말했다.
“불 켜봐.”
심가희가 현관 스위치를 누르자 집안이 환하게 밝아졌고 하나하나 점검해보니 전부 정상이었다.
“의외네요. 이런 것도 할 줄 아세요?”
진심 섞인 감탄이 나왔다.
곽지환은 곽씨 가문의 장손이자 부시장 아들, 그런 사람이 소매 걷고 배선 수리라니.
그는 공구를 정리하며 말했다.
“외국 살 땐 뭐든 혼자 해야 했거든.”
배선 수리는 물론, 지붕 새는 것도 직접 올라가 고친 적이 있던 그였다.
거실이 밝아지자 곽지환은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기능적으로 신경 쓴 흔적이 느껴졌다.
“잘 꾸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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