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화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어

이정애의 성격은 원래부터 강단 있었다. 허수정이 조금만 더 시간을 주라고 거듭 말리지 않았다면, 진작에 결혼 발표를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들이 여전히 입을 다물자 그녀는 마침내 최후통첩을 내렸다. “올해 연말 전엔 반드시 약혼식을 올려야 해. 네가 바쁘면, 준비는 내가 전부 맡을 거야.” ... 호텔방 안. 하윤슬은 강주하와 한참 동안 통화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바쁘게 살아온 세월 동안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자 문득 허수정이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날의 그 표정, 그 분노. 마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빼앗긴 게 자신이 아니라 허수정이었던 것처럼 피해자 행세를 하는 그 태도에 다시금 치가 떨렸다. ‘두 모녀가 참, 연기도 잘해.’ 하윤슬은 냉소를 흘리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때, 최지석에게서 음성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윤슬아, 좋은 소식이 있어! 내 친구가 네가 그날 받았던 전화를 추적했는데, 통화 신호가 강우 빌딩에서 잡혔대!” “정말요?” 하윤슬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제 허수정이 그쪽이랑 연락했던 증거만 찾아내면, 내가 누명을 썼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겠네요!” “그래. 나도 요즘 그쪽 움직임 계속 보고 있어. 뭔가 나오면 바로 알려줄게.” “정말 고마워요, 지석 오빠.” 그가 아니었다면 혼자선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최지석은 웃으며 말했다. “친구끼리 당연한 일이지. 네가 억울한 거 아는데, 내가 안 도와줄 수 있겠냐. 게다가 이 정도야 손바닥 뒤집 듯 쉬운 일이지.” 하윤슬은 그 말이 얼마나 쉬운 게 아닌지 잘 알았다.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뒤지고 상대방의 IP를 추적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든다. 그가 자신을 위해 그만큼 움직였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이 사람한테 빚이 또 하나 늘었네...’ 두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잠시 더 이야기했다. 허수정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점점 더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