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그렇게까지 허수정을 사랑한 걸까
주시완은 예전엔 강태훈이라는 사람이 마치 돌덩이 같다고 생각했었다. 지나치게 딱딱하고 금욕적이며 세상 그 어떤 여자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마치 감정도 온기도 느낄 줄 모르는 차가운 조각상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야 그는 이 남자가 돌이 아니라 그저 사람을 가려가며 대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챘다.
“지금 하는 짓 좀 봐. 여자를 꼬시는 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잖아?”
하영 그룹의 담당자와 미팅이 있는 자리에도 굳이 자신을 데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때, 주시완은 의아했다.
더군다나 그를 데려간 이유도 가관이었다. 혹시 누가 둘을 알아보면 ‘그냥 여기서 업무 얘기 중이었다’고 얼버무릴 수 있으니 좋다는 거였다.
“너, 일은 하고 다니냐?”
주시완의 그런 농담이나 뒷말에 별다른 반응도 없이 강태훈은 여전히 온 신경을 오롯이 일에만 집중한 채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늘 그랬듯 무뚝뚝하면서도 묘하게 신뢰를 주었고 주시완은 혼자 피식 웃으며 괜히 옆으로 슬쩍 다가섰다.
“나 그래서 일하러 왔잖아. 근데 너, 왜 하영 그룹 담당자가 저지른 성희롱 사건은 덮었어? 그거 스캔들로 터뜨리면 대박 날 건데. 약점 하나로 하영 그룹 대표를 손에 넣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받아낼 수 있었을 텐데?”
강태훈의 손끝에 쥐여 있던 펜이 그 순간 잠시 멈췄다.
“그렇게 하면, 하윤슬이 온갖 비난에 휩싸이게 될 거야.”
단호하고 단정한 어조였다.
이건 단순한 기업 간 협상용 카드가 아니었고 여자의 명예가 걸린 일이었다. 비록 자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살아본 적은 없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성산 그룹이건 하영 그룹이건 간에 그 안의 직원들이 이 일을 그저 뒷담 거리 수준으로 소비해 버릴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고 왜곡되어 끝내는 진실조차 추잡하게 뒤틀려버릴 것이다.
“그리고... 일개 주임인 하윤슬이 그 모든 걸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그제야 주시완도 그 파장을 떠올렸는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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