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이 사람이 네 남자친구야?
하윤슬은 그 호칭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괜히 가슴 한편이 불편해졌고 그래서 이번엔 그냥 못 들은 척해버렸다.
병원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허리춤에 가방을 멘 채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작별 인사를 건네려는 찰나, 강태훈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 나도 같이 가요.”
“네?”
‘어머니를 뵈러 같이 간다고?’
당황한 하윤슬은 황급히 손을 저으며 그를 말렸다.
“아, 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은 상태도 많이 호전되셨고...”
하지만 그는 벌써 뒷좌석에서 꽃다발과 선물 꾸러미를 챙겨서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가죠.”
그 막무가내인 태도에 하윤슬은 속으로 몇 번이나 한숨을 쉬며 결국 그를 이끌고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가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이따 엄마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회사 상사라고 하면 믿어주실까?’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자고 계셨으면... 그러면 대화 없이 슬쩍 넘어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바람은 통하지 않았다. 병실 문이 열리자 정선희는 간병인과 함께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윤슬아.”
딸을 본 순간, 정선희는 반가운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움찔 멈췄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 서 있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를 발견하고는 반짝이던 눈빛이 잠시 흐려졌다.
하윤슬은 어머니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자칫 강태훈에게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까 봐 얼른 말을 꺼냈다.
“엄마, 이분은...”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선희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병실 안을 울렸다.
“이 사람이 네가 말하던 남자친구니?”
하윤슬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급히 부정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 회사 상사예요. 제가 어머니 병간호 중이라고 하니까 일부러 들르신 거예요.”
딸의 말에 정선희는 이내 목소리를 낮추며 다정하고 깍듯하게 말했다.
“어머, 그랬군요. 어서 앉으세요! 다리도 성치 않아서 못 일어나 죄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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