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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좋아요, 기다릴게요

라이언은 회사의 최근 프로젝트와 수익 구조까지 전부 꿰뚫고 있었다. 게다가 인재 관리에도 능했기에 직원들과 얘기할 때는 늘 부드럽고 평등하게 대했다. 놀기 좋아하는 남자라는 이미지는 그저 라이언의 가면일 뿐이었다. 그 가면이 사람들의 경계심을 지워주는 역할을 하는 거였다. 이런 남자에게 깊게 휘말리는 건 하윤슬에게 절대 금물이었다. 하윤슬도 고작 자기 능력으로는 라이언 같은 속내가 깊은 인간과는 게임이 안 된다는 걸 잘 알았다. “라이언 씨는 저라는 사람을 잘 몰라서 제가 좋아 보이는 거예요.” 하윤슬은 마음을 다잡고 미소를 지으며 살짝 몸을 뒤로 물렸다. “주시완 씨가 혹시 저랑 강태훈 사이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나요? 강태훈이랑 이혼하자는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저예요. 제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돼서요.” “들었어요. 주시완 말로는 하윤슬 씨가 마음이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윤슬이 입을 열기도 전에 라이언이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난 안 믿어요.” 라이언은 여태껏 살면서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자신 있었다. 라이언은 하윤슬을 오랫동안 유심히 관찰했기에 그냥 쉽게 마음에 들어 대충 꼬시는 여자가 아니었다. 게다가 라이언이 아무리 여자에게 무심한 타입이라도 이미 결혼한 여자를 두고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었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은 진심을 쉽게 드러내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주시완 씨가 얘기한 건 사실이에요. 믿기 싫어도 어쩔 수 없죠. 궁금하면 강태훈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죠. 두 분이 이미 끝났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라이언은 두 손을 벌리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이 화제를 이어 나가봤자 분위기만 숨 막힐 뿐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걸 예감했기 때문이다. “아마 제가 오해받은 것 같네요. 전 다른 의도가 없어요. 하윤슬 씨를 협박해서 저랑 함께하라고 할 생각도 없고요. 단지... 제게 기회를 하나만 주세요.” 하윤슬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딱 한 번이면 돼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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