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나 대신 그 사람을 잘 사랑해 줘요
방으로 들어갔던 강태훈은 이내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의 날카롭고 냉담한 분위기는 한결 누그러져 있었고 마치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 한층 젊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그와 반대로 하윤슬은 어떻게든 그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같이 다니다가 혹시 누가 사진이라도 찍기라도 하면?’
“가요.”
그의 간결한 말에 하윤슬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 이 근처에 혹시 기자들이나... 회사 사람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만약 누가 보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돌려 말했지만 강태훈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곤란할 게 뭐가 있어요.”
그렇게 단호하게 잘라 말하니 더 이상 뭐라 덧붙이기도 애매했고 결국 그녀는 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도착한 곳은 회원제 푸드 부티크였다.
프리미엄급 소비 공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적고 보안도 철저했다고 각자 장을 보느라 분주한 이들 사이에서 두리번거리는 시선 하나 없이 한적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하윤슬은 여전히 은근히 그와 거리를 유지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서둘러 육류 코너로 향해 갈비를 주문하고는 받아 든 봉투를 들고 돌아서려는 순간, 시야 한가운데 익숙한 여인이 포착되었다.
“하필 여기서...”
단정한 포니테일, 샤넬의 크림색 가디건, 맞춤 디자이너 브랜드의 스커트차림의 허수정은 퇴근 후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차림새였다.
그런 그녀가 강태훈과 나란히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잘 짜인 광고 한 장면처럼 어울리고 자연스러웠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
하윤슬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보았다. 손에는 육류 봉지,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까지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순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찾는 듯한 강태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하윤슬은 반사적으로 가까운 진열대 뒤로 몸을 숨겼다.
‘내가 왜 숨고 있는 거지?’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허수정과 나란히 서 있고 싶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