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0화 다 지운 거 아니었어?
“내가 널 어떻게 믿지?”
“원하시면 계약서로 남겨도 돼요.”
하윤슬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하고 단단한 시선으로 강한석을 바라봤다.
“강씨 가문이 저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건 너무 쉬운 일이잖아요. 설마 제가 말을 바꿀까 봐 걱정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강한석은 오히려 하윤슬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온몸에 상처를 달고 휠체어를 탄 채로 말메이시까지 와서 강태훈을 찾아왔다는 것만 봐도 그 마음을 누가 감히 의심할 수 있겠는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좋아, 계약서까지는 필요 없어. 널 믿을게.”
그는 무심한 척 하윤슬의 다리를 힐끗 바라보더니 덧붙였다.
“너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네. 의사 필요하면 말해.”
“저는 먼저 태훈이를 만나고 싶어요.”
다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도 치료를 목적으로 온 게 아니었으니까.
강한석은 잠시 아무 말 없이 하윤슬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어가자.”
...
넓은 병실 안에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
사방에는 각종 모니터와 장비들이 놓여 있었고 간간이 ‘삑삑’ 하는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 침대 위에는 강태훈이 누워 있었다. 그의 조용한 모습은 마치 잠자는 숲속의 ‘왕자’같았다.
하윤슬은 휠체어를 밀고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차라리 내가 태훈이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 있다면 좋겠는데...’
하윤슬에게 이런 강태훈은 처음이었다.
깊고 또렷한 이목구비는 그대로였지만 창백한 얼굴 위로 핏기 없는 입술이 유난히 선명하게 대비됐다.
평소의 오만하고도 고귀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재계에서 늘 냉정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던 강우 그룹의 대표와 지금 눈앞에 누워 있는 그는 너무도 달랐다.
하윤슬은 그의 체온을 단 한 번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팔을 조심스레 뻗었다.
하지만 곁에 있던 의료진이 재빨리 그녀를 막아섰다.
“안 됩니다. 관통상이 있어서 감염 위험이 커요. 보기만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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