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입에 담기조차 싫은 이름
세상은 정말이지 좁기 그지없었다.
하윤슬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혹시나 하씨 가문 사람과 마주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예상을 하긴 했지만 막 도착하자마자 그 인간을 코앞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어쩐지 요즘 들어 그 여자가 다시 이상한 낌새를 보이더니 급기야 이혼 이야기까지 꺼낸 게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결국 알고 보니 외국에 머물던 그들이 돌아온 것이었다.
이건 단순한 귀국이 아니었고 절대 좋은 징조일 리 없었다.
“하윤슬 씨, 그 손기범이라는 사람... 세진 컴퍼니에서 손을 떼고 나가려는 진짜 이유, 정말 단순히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세요?”
김 비서의 물음에 사로잡혔던 생각에서 빠져나온 하윤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태수를 등지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아 앉았다.
“강우 그룹 자본 없이도 상장을 시도할 만큼 세진 컴퍼니의 수익 구조는 꽤 괜찮아요. 그런데도 손을 뗀다는 건, 그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전략이 있거나, 아니면... 그만큼 중대한 사정이 있는 거겠죠. 그 회사에 묶인 돈이 결코 적은 금액도 아닌데 말이에요. 신중하게 판단한 결과일 거예요.”
회사 초창기부터 투자한 사람이라면 그 회사에 단순한 돈 이상의 정서적 유대가 있는 법이다. 가깝게는 친구, 아니면 친척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가 원주 주주로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심사숙고한 끝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지분 변경은 신고에서부터 실제 반영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기에 이미 손기범이 충분히 고민을 거쳐 마음을 굳혔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럼 손기범이 다른 회사엔 얼마나 투자했는지도 조사해 보세요.”
하윤슬은 잔잔히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몇 번 화면을 넘긴 뒤, 김 비서에게 바로 내밀었다.
“여기요, 최신 정보예요.”
“하윤슬 씨, 정말 자꾸 저를 놀라게 하시네요.”
일중독으로 소문난 김서원답게, 그녀는 막 서빙된 국수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자료부터 집어 들었다. 칭찬이 입에서 나올 만큼 인상적인 정리였지만 문제는 그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하태수의 귀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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