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제 말을 좀 믿어주세요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러면 수술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말해 봐. 네 남자 친구는 왜 큰돈을 너에게 빌려준 거지?”
하윤슬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 스폰서를 찾은 게 아니에요. 저는 남자 친구와 혼인 신고를 했어요.”
이 일은 어떻게 하든 숨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정선희에게 알려줘야만 했다.
하윤슬은 정선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정선희는 절대 남자의 돈을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달랜다면 정선희를 설득할 수 있었다.
정선희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잘 듣고 착한 딸아이가 혼인 신고를 했다는 것마저 숨길 줄 몰랐다.
하윤슬은 정선희가 또 쓰러질까 봐 두려워서 의사를 찾으러 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와서 링거를 놓아주었다.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고 병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정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서 멍하니 병실 천장을 보고 있었다.
하윤슬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몇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말 그 남자와 혼인 신고를 한 거야?”
“맞아요.”
“네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와. 만나서 직접 물어봐야겠어.”
하윤슬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그 사람은 병문안을 오고 싶어 했지만 일이 바빠서 오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해 봐.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놈과 혼인신고를 한 거지?”
정선희는 착한 딸이 자신을 위해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혼인신고를 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몸이 허약해졌다고 해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다.
하나뿐인 딸이 그녀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보내기를 원하지 않았다. 정선희는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하윤슬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 게 아니에요.”
하윤슬은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해요. 그 사람은 저한테 무척 잘해주고 사랑해 줘요.”
강태훈은 그녀를 잘 보살펴 주었다.
“그래? 그러면 왜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 거야? 너는 그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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