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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결혼합시다

“주하야, 얼른 일어나 봐! 혹시 강 대표님 연락처 알아낼 수 있을까?” 카톡도 차단하고 단톡방에서도 나왔으니 지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강주하밖에 없었다. 휴대폰 너머로 아직 잠이 덜 깬 듯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강태훈!” “지금 꿈꾸는 거라면 그냥 더 자.” “설명할 시간 없어. 진짜 급하니까 얼른! 장난 아니라고.” 프로젝트 거래처 담당자는 계약서에 서명하자마자 해외로 나가버렸기에 그 사람을 다시 불러들여 새로 작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제야 강주하도 그녀가 진심이라는 걸 느꼈는지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앉아 생각에 잠겼다. “내가 연락처를 무슨 수로 구해? 그냥 객실로 직접 찾아가 보는 건 어때?” 하윤슬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친 다음 호텔 스위트룸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꼭대기 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김서원이 그녀를 막아섰다. “대표님 좀 뵐 수 있을까요?” 김서원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더니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 “미리 약속하신 건가요?” “아니요...” 이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럼 안 돼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말이라도 전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윤슬이라는 사람이 급한 일로 대표님을 찾는다고. 분명 만나주실 거예요.”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도 김서원은 묵묵부답한 채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윤슬은 좌절했다. 이때, 스위트룸 안에서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여보내.” ... 그 한마디에 김서원은 마침내 길을 터주었다. 하윤슬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강태훈은 그날 밤과 똑같은 실크 가운 차림으로 통유리창 앞에 서서 한 손에 든 커피를 홀짝이며 마시고 있었다. 그윽한 눈동자가 그녀로 향하는 순간 하윤슬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대표님, 그날 혹시 계약서 주우신 적 없으신가요?” “그날?” 강태훈은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긴 다리를 움직여 천천히 다가왔다. “어느 날 말이지?”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탓에 하윤슬은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강태훈이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고 있기에 괜히 화제를 돌려봤자 무의미했다. 따라서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기로 했다. “사실 그날 밤 문자를 실수로 대표님께 보낸 거예요. 그리고 있었던 일은... 전부 기억이 안 나요. 오늘은 정말 계약서 찾으러 왔을 뿐...” “현재 나한테 필요한 건 결혼 상대죠.” 강태훈이 뜬금없이 끼어드는 바람에 하윤슬은 어안이 벙벙했다. “네?” “그러니까, 나랑 결혼합시다.” 이내 한 걸음 다가와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의 의아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고민 좀 해 봐요.” 무덤덤한 말투는 마치 날씨라도 언급하는 듯했다. 정작 하윤슬은 두 귀를 의심했고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 그리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굳이 시험해 볼 필요 없어요.”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결혼할 상대가 필요하다면 강태훈에게 달려들 여자는 줄을 섰을 테니 절대 자기 차례가 올 리 없었다. 따라서 이건 명백한 테스트였다. 행여나 자신이 야심을 품고 신분 상승이라도 노리는지 떠보는 것이다. 강태훈은 그녀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어머님이 병원에 계신다고 하지 않았나? 최고의 의료진을 찾아드리고,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지. 윤슬 씨만 동의한다면 내일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죠.” 진지한 말투와 표정은 전혀 농담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왜요?” “방금 말했잖아요. 결혼할 상대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게 왜 윤슬 씨냐면...” 이내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가장 적합한 후보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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