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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꺼져

“다 이 여자 때문이야! 태훈이가 이런 꼴을 당한 게 다 저 여자 탓이라고!” 주시완이 막아서지 않았다면 허수정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멱살잡이할 기세였다. 그녀는 평소 지켜오던 우아한 태도 따위는 아예 내던져진 상태였다. “지금 태훈이는 안에서 수술 중이야. 따질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사방에서 시선이 몰려오자, 주시완은 애써 그녀를 달래며 끌어냈다. 다시 돌아왔을 때 하윤슬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볼에 선명히 남은 손자국은 괜스레 더 안쓰럽게 보였다. 주시완은 오히려 더 화가 났다. “빨리 안 꺼져요?” 그는 원래 강태훈의 조수에게 별다른 호감은 없었다. 주시완 눈에는 그저 잠깐의 장난질이었고 금방 시들어버릴 관계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고 나니, 이제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태훈 씨, 대표님이 저 때문에 사고가 난 건가요?” 아까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눈치챘지만 사건의 전말은 알지 못했다. 강태훈은 분명 허수정과 함께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녀와 엮이게 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 오늘이 8월 25일인 거, 몰랐어요?” “...”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그게 왜? 주시완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순진한 척 좀 그만하지 그래요? 당신이 방금 뭘 했는지 기억 안 나요? 태훈이랑 혼인신고까지 해놓고 다른 남자랑 어울려 다녔잖아요. 하윤슬 씨, 참 대단하네요. 감히 태훈이한테 그런 모욕을 안겨줄 사람은 세상에 당신 하나뿐일 거예요.” ‘다른 남자라니?’ “태훈 씨가, 제가 지석 씨를 병원에 데려간 걸 알고 있었군요.” 확인이라기보단 단정에 가까운 말이었다. “태훈이가 알게 돼서 억울해요? 숨기고 싶으면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죠.” “저, 설명할 수 있어요!” 그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강태훈이 사고를 당한 게 그녀 때문이라니, 그건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다. “설명? 됐고 어서 꺼져요. 이러다가 원칙까지 깨고 여자도 칠 수 있으니까.” 주시완은 쏘아붙이듯 내뱉고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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