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이미 비행기에 올랐는데
최지석이 돈을 다시 밀어내려 하자, 강주하가 먼저 받아 그의 품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됐어, 우리 오빠가 받는 걸로 할게!”
“어?”
하윤슬은 웃으며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두 사람은 먹고 있어.”
그녀가 나가자, 최지석은 두툼한 돈뭉치를 보며 난처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 돈을 내가 받으면 뭐가 되냐?”
“오빠는 윤슬이를 몰라! 걔는 뭐든 조심조심하고 한 푼 한 푼 다 따지면서 사는 애야. 만약 오빠가 앞으로 걔랑 뭔가 해보려면 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안 돼.” 오래된 친구 얘기라 그런지 강주하의 목소리에도 답답함이 묻어났다.
그녀가 하윤슬을 두고 내릴 수 있는 가장 뚜렷한 평가는 단 하나였다. 하윤슬은 엄청난 불안감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 게다가 괜히 강해 보이려고 애썼다.
“하필 돈이 가장 필요한 때잖아. 어머니 수술비도 많이 들 텐데, 꼭 이렇게까지 계산해야 해?”
최지석은 하윤슬이 자신이 생각했던 여자와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마치 언제나 관계를 잘라내려는 듯했다. 그게 어떤 관계든 간에. 마치 너무 가까워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어쨌든 받아둬. 이걸로 충분하겠지?”
“충분하고도 남아. 많이 쓰지도 않았어.”
최지석은 지폐 몇 장만 뽑아 들었다.
“나머지는 네가 다시 돌려줘.”
“알았어.”
화장실에서 하윤슬은 찬물로 얼굴을 씻어 정신을 가다듬었다.
밤을 꼬박 새운 탓인지,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거울 속 부어오르고 상처까지 남은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는 주먹을 꼭 쥐었다.
그녀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들어 강태훈의 번호를 눌렀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단지 계약 종료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다른 뜻은 없다고.
하지만 전화를 거는 순간부터 하윤슬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들려온 건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연결할 수 없습니다...”
그 기세를 몰아, 이번엔 김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김 비서님? 대표님 좀 바꿔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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