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강태훈과 만나다
하윤슬은 강주하 집에 돌아오자마자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이, 곧 있을 회의에 쓸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막 배정받은 창성 회사 관련 업무는 본사에서 추진하는 큰 프로젝트라, 그녀는 아직 표면만 파악한 상태였다. 그래서 잠시 후 회의에서는 더더욱 집중해야 했다.
준비할 수 있는 건 전부 챙긴 뒤, 하윤슬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회사 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화면에는 이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20:00 제1채널 기술 개발 프로젝트 회의 주요 참석자: 강태훈]
그 이름을 보는 순간, 하윤슬의 가슴은 괜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면 강태훈이 얼마나 다쳤는지, 얼굴이 혹시 망가진 건 아닌지 알 수 있겠지...’
시선을 컴퓨터 오른쪽 아래 시계로 옮기니 회의까지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원래라면 간단히 뭐라도 먹어두는 게 맞았다. 회의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윤슬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화면 앞에 앉아 시간을 세며 회의 시작만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이렇게 더디게 흐른다고 느낀 게 언제였던가? 아마도 진성호에게 이끌려 강태훈을 처음 만났던 그 술자리에서였다. 그때처럼 지금도 분초가 바늘처럼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시침이 점점 여덟 시에 가까워질수록 설명하기 힘든 긴장감이 밀려왔다.
드디어, 여덟 시를 10분 앞두고 1채널이 열리며 관련자들이 입장할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하윤슬은 반사적으로 클릭하려다 손을 멈췄다. 혹시 회의실 안에 자신과 강태훈 단둘이면 어쩌지? 얼마나 어색할까...
하지만 곧 쓸데없는 걱정이란 걸 알게 됐다.
회의실에 들어가 보니 이미 김서원도 와 있었고 강태훈의 카메라는 아직 꺼져 있었다.
띠링.
하윤슬의 메신저에 김서원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 네트워크가 좀 불안정해서 그런데 회의 녹화 좀 해줄래요? 내일 저한테 보내 주시면 돼요.]
하윤슬은 ‘OK’ 이모티콘을 보낸 뒤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강태훈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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