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우린 어울리지 않아
그 기분은 정말 형편없었다. 일주일 내내 밤새워 일하는 것보다도 더 지긋지긋했다.
정선희가 불현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윤슬아, 사실 엄마도 알아. 내가 너한테 괜히 결혼을 두려워하라는 생각만 심어준다는 거. 그래도 언젠가는 시집을 가야 하고 기댈 집도 있어야 하잖니. 그런데도 난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세상 모든 남자가 속을 감추고 있는 것만 같구나.”
그녀의 시선은 멀어졌다.
하윤슬의 아버지 역시 한때는 따뜻하고 흠잡을 데 없는 남자였다. 그게 오히려 정선희를 단숨에 빠져들게 했고 결국은 돌아올 길까지 스스로 끊게 했던 것이다.
“엄마, 이제 그런 생각 그만하세요. 내일은 수술 날이에요. 오늘은 좀 더 편히 쉬어야죠.”
하윤슬은 어머니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며 부드럽게 웃었다.
“드디어 수술까지 왔잖아요. 저한텐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에요.”
이 하루를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버텨왔던가.
어머니를 간신히 달래 잠들게 한 뒤, 정작 하윤슬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회사 내부 시스템을 열어 자료를 정리하다가도 자꾸만 시선은 강태훈의 아이디로 흘러갔다.
그는 여전히 접속 상태였다.
‘대표라는 자리가 괜한 게 아니었어. 늘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붙어 있잖아.’
하윤슬은 한참이나 멍하니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완전 바보 같잖아.’
얼른 시선을 거두었지만 머릿속에서 그의 얼굴은 도무지 지워지질 않았다.
그녀는 결국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얼마나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었을까. 어렴풋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눈을 떴다.
어머니는 벌써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있었고 그 곁에는 최지석과 그의 부모가 서 있었다.
“이제야 일어났네. 또 밤새 일한 거지? 내 딸은 정말 일 욕심이 지나쳐.”
정선희의 말에 하윤슬은 정신이 번쩍 들어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최지석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걱정 말라고 눈짓했다.
“내가 불렀다. 네가 혼자 수술실 앞에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