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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용진 그룹?” “그래.” “잘 알지. 우리 할아버지가 투자해서 설립한 자동차 기업이니까. 지금은 그쪽에 관심이 아예 없어져서 장인어른한테 넘겨줬어. 그런데 용진 그룹은 왜? 그 회사에 관심 있어? 장인어른한테 얘기해서 형한테 넘기라고 할까?” “그건 됐고 화양 테크와 계약을 맺으라고 해. 따로 지원도 해주고.” “알겠어.” 통화를 마친 진태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진태하가 들어오고 얼마 안 가 이하음도 치료를 마친 주설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진태하는 주설아의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밴드를 보고는 한마디 했다. “몸 다 나을 때까지 그냥 집에서 쉬는 거 어때요?” 백모가 죽은 지금, 최씨 가문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다음번에는 아예 종사급 고수들을 보내올 수도 있다. 주설아의 현재 실력으로는 이하음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자기 한 몸 지키기도 어렵다. 그러니 진태하의 말대로 이번 기회에 편히 몸을 회복하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주설아는 그 말이 영 마음에 안 드는지 잔뜩 경계하며 진태하를 바라보았다. “지금 하음이 옆에서 나를 떼어내려는 거예요? 내가 없으면 하음이는 누가 지켜요?” ‘어차피 나설 거면 처음부터 나설 것이지, 그러면 내가 다치는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주설아는 진태하에게 이하음을 맡길 수가 없었다. “앞으로 하음 씨 안전은 내가 책임질게요.” 진태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태하 씨가 우리 하음이를 지켜주겠다고요? 영 못 믿겠는데?” “주설아 씨도 느꼈잖아요. 지금의 주설아 씨는 하음 씨를 지켜줄 능력이 안 된다는 거. 앞으로는 더 강한 상대가 올 텐데 그때마다 한방에 나가떨어질 거예요?” 진태하의 직설적인 말에 주설아가 발끈했다. “내가 안 되면 무술협회 사람들을 부르면 돼요! 그 사람들한테 우리 하음이 지켜달라고...” “설아야, 태하 씨 말대로 해. 제대로 회복한 뒤에 다시 나 지켜주러 와.” 이하음이 주설아의 머리를 정돈해 주며 설득했다. “지금 나 버리려는 거야?” 주설아는 그 말에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까지 보였다. “뭐? 내가 널 왜 버려. 너 다치니까 마음 아파서 그러지! 나는 네가 다치는 거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이하음이 주설아의 손을 덥석 잡으며 얼른 해명했다. “그런 거였어? 그럼 알겠어.” 주설아는 바로 눈물을 그치더니 고개를 돌려 진태하를 바라보았다. “내가 없는 동안 우리 하음이 잘 지키고 있어요. 만약 다시 돌아왔을 때 하음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으면 그때는 협회 사람들 데리고 진태하 씨 패주러 갈 거예요. 알겠어요?” ... 최상 그룹, 대표 사무실. 백모의 사망 소식을 들은 최영훈은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그저 미간만 살짝 찌푸렸다. “백모 시신은 너희가 알아서 처리해. 그보다 북부에서 상당한 실력을 가진 놈들이 한가득 내려올 예정이라고 하니까 잘 주시하고 있어. 분명 이곳 강주로 올 거야.”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최영훈은 피곤한 듯 눈가를 마사지하며 이혜정 쪽을 바라보았다. “백모가 반격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죽었다는 거 진짜야?” 이혜정이 눈물이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태하가 백모 손을 부러트리고 창밖에 던지기까지 1분도 채 안 걸렸어요. 정말 너무 무서웠다고요.” 이혜정은 백모가 피를 뿜어내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녀는 눈물을 닦아낸 후 최영훈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팔에 찰싹 달라붙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기가 그놈 좀 어떻게 해줘요. 다시는 깝죽거리지 못하게.” “대체 그놈 정체가 뭐야?” 최영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부하들은 전부 내로라하는 고수들이고 해외의 용병들도 있었다. 백모는 그중에서도 특히 더 눈에 띄는 존재로 무에타이 대회가 열릴 때마다 챔피언 벨트를 휩쓸어오는 실력자였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1분도 안 돼 처리되어 버렸다. “정체라고 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놈은 그냥 시골 촌뜨기일 뿐이에요. 옷도 거지같이 입고 다닌다니까요?” 이혜정은 최영훈이 행여라도 질투할까 봐 진태하가 자신의 약혼자가 될 뻔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다 별 볼 일 없는 건 아니야. 겉모습으로 사람 쉽게 판단하지 마.” 최영훈이 이혜정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았어요. 안 그럴게요. 그보다 자기, 용진 그룹이 화양 그룹과 계약 맺는 거 제지해 줄 거죠?” 이혜정이 애교를 부리며 최영훈의 목을 감쌌다. 이에 최영훈은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 “누구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대가는 키스로 해.” “아이참, 자기도.” 이혜정은 꺄르르 웃으며 최영훈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 화양 자회사. 이하음은 지금 진태하에게 어떤 직위를 줘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양재 그룹과의 계약이 날아가고 용진 그룹이라는 희망도 날아가 버린 지금, 회사로서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경비원 두 명이 그만두겠다고 찾아왔잖아요. 내가 그 자리로 갈게요.” 진태하가 소파에 앉은 채 고개만 돌려 말했다. “네?” 이하음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눈썹을 끌어올렸다. “경비 일을 하겠다고요?” ‘혹시 지금 농담한 건가?’ “내 약혼자한테 어떻게 경비 일을 맡겨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이하음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민에 빠졌다. “남들 시선은 신경 쓰지 말라니까. 그냥 경비 일 시켜줘요. 덤으로 운전기사까지 해줄게요. 월급은 옷값으로 쓴 천만 원을 다 갚을 때까지 받을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고요.” 이하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컴퓨터 화면만 훑어보았다. 그러다 보안팀 팀장의 사직서를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경비 말고 보안팀 팀장 시켜줄게요. 마침 자리가 비네요. 회사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니까 태하 씨한테도 딱이에요. 그리고 아까 옷값 갚겠다고 했는데 그 돈은 엄마가 태하 씨한테 주는 돈이에요. 그러니까 그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거로 해요.” 잠시 후, 보안팀 팀장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팀장은 이하음으로부터 인수인계 지시를 받은 후 진태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하음은 두 사람이 나간 후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가 한영애인 것을 확인한 그녀는 바짝 긴장하며 한참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 “네, 엄마... 할아버지는 좀 어때요?” “태하 곁에 있니?” “방금 나갔는데 왜요?” “네 할아버지 어젯밤부터 쭉 의식을 잃은 상태야. 오늘 아침에 병원으로 모셔 왔더니 위암 말기래. 잠깐 의식이 돌아왔을 때 계속 태하 이름만 부르시더라. 그러니까 지금 당장 태하 데리고 병원으로 와.” 한영애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위암이라뇨? 말기라뇨!” 이하음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을 크게 떴다. “보름 전에 정기 검진받으러 갔을 때는 그런 말 없었잖아요.” 한영애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 할아버지가 우리 걱정한다고 원장님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했대. 원장님은 할아버지 오랜 친구라 그 부탁을 들어주셨고. 아무튼 빨리 와. 알겠지?” 이하음은 멍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후 책상만 바라보았다. 위암 말기라는 말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과 같았다. 아무리 이혜정을 더 예뻐했어도 이석범은 그녀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이하음은 회사를 둘러보고 있는 진태하를 찾아낸 후 얼른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풀 액셀을 밟은 채 차량 사이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누볐다. 진태하는 안전 벨트를 꽉 잡으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하음을 진정시켰다. “하, 하음 씨, 일단 진정해요. 위암 말기라도 나는 치료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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