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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진태하가 웃었다. “배려한 거잖아요. 하음 씨 편히 자라고.” 이에 이하음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그냥 같이 자도 되는데. 선만 지키고 자면 되잖아요.” 이하음은 아직 진태하와 관계를 가질 생각은 없었지만 함께 자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한테 너무 고역 아니에요? 나 피 말려 죽일 생각인 건 아니면 그냥 각방 써요.” 진태하는 그렇게 말하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옆방으로 향했다. 이하음은 그 말에 멍하니 있다가 이내 진태하 쪽을 노려보았다. “대,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 진태하는 문을 닫으며 피식 웃었다. “그야 당연히 남자들이 할법한 생각을 했겠죠?” 문이 닫히려던 그때, 이하음이 발을 끼워 넣었다. “태하 씨 연애 안 해봤죠?” “왜 그렇게 생각해요?” “보통은... 남자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야 하니까요!” “무슨 뜻이에요?” “왜, 왜 나한테 전화번호 달라는 얘기 안 해요?” 이하음이 빨개진 얼굴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안 했네요. 지금 가르쳐줄래요?” 진태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흥! 싫어요!” 이하음은 고개를 홱 돌리고는 이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진태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운 후, 그는 곧장 안성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경남시, 고층 건물 펜트하우스. 예쁘고 멋있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한데 모여들어 파티를 즐기고 있던 그때, 안영일이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안정 그룹이 이와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다 여러분 덕...” “응, 형. 응? 알겠어. 나한테 맡겨. 아니 잠깐만! 방금 뭐라고? 7nm 칩을 생산해 내는 리소그래피 기계를 구해달라고? 아니, 형. 그건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안성재는 쉴 틈 없이 말을 이어가다가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놈이 진짜! 내가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내가 말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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