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윤천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몇 년 동안 간직했던 지폐를 건네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죠?” 진태하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면서 지폐를 주머니에 넣고 영주를 향해 걸어갔다. 윤천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있는 놈이 더한다더니...’ 웃음의 사신은 그동안 암살 임무를 72개 수행했다. 매번 임무를 완성할 때마다 몇천억을 받았으니 억만장자가 되었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었으면서 일당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씨 가문 사람들은 현장에 있는 시체와 핏자국을 재빨리 처리했다. 여러 가문에서 가져온 선물을 꺼냈고 연회를 마저 이어갔다. 5대 일류 가문의 가주들은 영주와 같이 앉았고 진태하와 윤천하는 영주의 뒤에 서 있었다. “영주님, 어르신. 웃음의 사신도 합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웃음의 사신이 아니었다면 이 연회를 이어가지 못했을 거예요.” 최인섭의 말에 뭇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호섭은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듣고는 진태하를 향해 손짓했다. “이보게, 이쪽에 와서 앉지.” 진태하는 제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영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태하 씨, 앉아서 좀 쉬어요. 살수들을 상대하느라 고생했어요.” 하지만 진태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돈을 받았으니 경호원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인섭은 웃음의 사신이 영주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사람들의 술잔에 술을 부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영주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태하 씨는 원칙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니 강요하지 말아요.” 여러 가문 가주는 웃으면서 유호섭, 영주와 얘기를 나누었다. 이때 한 병사가 달려와서 지상훈한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청장님, 헬기 세 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지상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진지하게 물었다. “누가 보낸 헬기인지 알아냈어?” “경남시 안씨 가문의 헬기인 것 같아요.” 지상훈은 경남시 안씨 가문에서 연회에 참석할 줄 몰랐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