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9장 그녀를 풀어주다
박지환은 이마를 찌푸렸고 눈빛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대체 언제까지 그 여자 대신에 변명할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여자가 무슨 짓을 못 하겠어?”
“민영매가 배후라면 민서희는 그럼 계획의 일부 아니야? 그들 모녀... 하나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민준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박지환의 얼굴을 바라보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온몸이 공포로 가득 차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팔을 꼬집으며 통증으로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대표님! 진정하세요! 민서희 씨가 대표님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왜 여사님을 해치고 대표님을 상처 주겠어요?”
“나를 사랑한다고?”
박지환은 우습기 그지없었다.
“그 여자가 사랑하는 건 오직 자기뿐이야. 윤서아를 모욕하고 뱃속의 아기마저 유산시킨 것도 내가 아직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
“민서희, 역겨워.”
이민준은 머리가 텅 비어있었다.
윤서아? 이건 몇 년 전에 부르던 호칭인데?
게다가 윤서아는 민서희한테 살해된 게 아니고 누군가가 입을 틀어막으려고 살인을 저지른 거잖아!
더욱이 중요한 건 민서희의 아이를 유산시킨 것도 윤서아가 한경을 매수해 꾸민 짓이다!
근데 왜 지금은 이 모든 게 다 민서희의 잘못으로 낙인된 거지? 마치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 이민준은 속으로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 대체 누굴까? 박지환이 맞는 건가? 민서희와 행복했던 시간들을 까맣게 잊은 채 민서희에 대한 한만 남아있는 것마냥 민서희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것 같잖아!
“대표님, 왜 그래요? 민서희 씨는 옥중에서 유산을 강요당한 거고 진범은 윤서아인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지환의 강력한 시선이 전해지더니 민간을 잔뜩 찌푸리며 의심의 눈초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
“이민준, 너는 대체 누구 편이야? 나야? 민서희야?”
이민준은 입장을 밝혔다.
“저는 대표님의 부하예요.”
박지환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럼 다시는 네 입에서 민서희 대신에 변명하는 말을 내뱉는 걸 내 귀로 듣고 싶지 않아!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거든.”
이민준은 말문이 막혀 박지환을 쳐다보았다.
박지환이 되물었다.
“민서희 아직 경찰서에 있어?”
이민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환은 환자복을 풀며 말을 건넸다.
“가서 양복 가져와.”
...
어젯밤 잠을 잘 이루지 못한 민서희는 이민준이 떠난 후 침대에 엎드려 잠을 보충했다.
난간 밖에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침대가 불편해서인지 잠결에 문득문들 놀라 깨어나는 그녀는 불안감으로 휩싸였다.
그녀는 박지환이 기절하기 전에 묻는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속눈썹이 떨렸다.
이제는 이민준이 잘 설명해 주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박지환이 그녀를 모질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고민하던 중 난간 쪽에서 경찰들이 다가오더니 문이 열렸다.
“민서희 씨, 당신은 보석으로 풀려났어요.”
민서희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누구요? 누가 절 보석하러 온 건데요?”
경찰관은 그녀를 흘깃했다.
“박지환 씨요.”
그 이름에 놀랐던 마음이 안정이 되는 민서희는 경찰관이 부축하기도 전에 방을 뛰쳐나가 손끝으로 벽을 기대며 기쁨에 넘쳐 손을 떨고 있었다.
다행이다!
박지환이 드디어 그녀가 은서경을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걸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