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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장 다른 사람으로 변하다

이민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엘리베이터 입구 지켜. 내가 가 볼게.” 어린 비서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민준은 천천히 어두운 복도를 지나 박지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민준을 등지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그는 허약한 몸으로 인해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있었다. 누워 있는 사람은 박지환의 친모인데도 박지환은 울지도 않으며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이민준은 눈이 시큰거렸다. 민서희의 손에 의해 어머니가 목숨을 잃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박지환한테는 그 기억이 아마도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민준이 심호흡을 하고 한 걸음 내디디며 설명하려고 했다. “대표님...” “쉿.” 박지환은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잠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은서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마에 검은 멍이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해치지는 않았고 그녀가 눈만 뜨면 여전히 우아하도 부드러운 어머니일 것만 같았다. 박지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들어 백브라로 얼굴을 덮었다. 이민준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대표님. 여사님한테 손을 댄 사람은 사모님이 아니에요! 대표님도 못 믿으시겠지만... 이 모든 일들이 다 민영매가 한 짓이에요! 그 사람이 그놈들하고 한 편이었다고요! 그들의 목적은 대표님하고 민서희 씨의 관계를 갈라놓는 거예요!” “그리고 여사님이 사고를 비롯해 민서희 씨가 범인으로 낙인되는 것 또한 민영매가 저택에 일손을 묻어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시킨 거예요! 민서희는 죄가 없어요!” 절박하게 말을 마치고 이민준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박지환을 쳐다보았다. “대표님, 잘 생각해 봐요. 민서희 씨가 여사님의 목숨을 빼앗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 모든 게 다 그 놈들 짓이에요! 그 놈들이 가장 이득을 보는 일이라고요!” 박지환은 이민준의 말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할 말 다 했어?”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이민준은 멈칫했고 박지환은 고개를 돌렸다. 어둡고 그윽한 눈빛은 차가움과 고통도 없고 아무런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매정함만이 남아 있었다. 이건 마치... 이민준은 몸서리를 쳤다. 이 두 눈은... 이 눈빛은 그한테 있어서 매우 익숙했다. 박지환이 처음으로 그를 부두에서 구해냈을 때 큰 외투로 건장한 체형을 감싸며 준수한 얼굴의 눈빛은 온기가 없이 차갑기 그지 없었으니 말이다. 그때의 그는 이 눈빛만 봐도 그 눈을 소유한 작자가 가장 무서운 존재라고 낙인이 찍혔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그때의 그는 세상 모든 사랑과 애정을 끊어버린 채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기 앞에서 죽어 나가는 걸 냉혈하고도 냉혹하게 쳐다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세상을 경멸하며 허점 하나 없이 모든 걸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서희를 만난 후에야 비로소 사랑이라는 감정을 체감하며 인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었는데... “대표님...” 순간 겁을 먹은 이민준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박지환은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에 아무런 빛깔도 없이 이민준을 눈을 비스듬히 뜬 채로 쳐다보고 있었다. “민서희가 대체 너한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그는 코웃음을 쳤다. “그 악독한 여자를 위해 너 자신마저 속이며 그 여자 대신에 변명하려는 거야?” 그... 악독한 여자? 이민준이 몸이 굳어벼렸다. 이 태도는? 그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대표님! 민서희 씨는 악독한 사람이 아니에요. 조사해 보면 민영매가 저택에 내응을 배치해 뒀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모이재라고 불리는 하인이 여사님한테 손을 대고 민서희 씨를 몰래 방으로 데려간 게 아니었다면 눈이 먼 민서희 씨가 무슨 수로 모든 사람의 시선을 피해서 여사님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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