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2장 대가를 치뤄야지
민서희는 눈물과 슬픔이 제멋대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힘껏 눈을 뜨고 있었다.
감옥이 그녀의 고통의 근원이라서 그 기억을 잊으려 안간힘을 썼다는 걸 박지환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 기억으로 그녀를 헐뜯고 상처를 주다니...
“박지환 씨. 나는 못 믿겠어요.”
그녀는 땅에서 어렵게 자리를 움직여 한사코 박지환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더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이렇게 마음이 모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러니까 방금 했던 말 다시 한번 말해줄 수 있어요? 다시 말해봐요...!”
그녀를 내려다보자 박지환은 그녀의 고집스러운 눈빛에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수동적으로 그녀를 격분시키는 그 말들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빨리 미치는 걸 원하지 않는 걸 수도 있다. 그러면 재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그는 천천히 몸을 웅크려 그녀의 턱을 잡았다.
“말하면 뭐 어쩔 건데? 내가 한 말에 거짓이라도 있어? 어느 한 마디가 널 모욕한 거라도 있어?”
“네가 지독하다는 게 틀렸어? 아니면 네가 죽어 마땅하다는 말이 틀렸어? 우리 어머니가 너한테 얼마나 잘 대해줬는데 너는 민영매랑 손잡고 잔인하게 죽였잖아!”
말을 하던 박지환은 눈빛은 재빠르게 차갑게 변하더니 마치 사람을 죽일 듯한 힘으로 민서희의 턱을 부여잡았다.
“민서희, 네가 저지른 잘못만으로 널 백만 번은 죽여도 모자라 알아? 평생 널 감옥에 처넣을 수 있었는데 내가 왜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아?”
박지환은 검은 눈동자에 추위를 내뿜으며 몸을 숙이더니 그녀의 아연실색한 표정을 즐기고 있었다.
“네가 제대로 속죄할 수 있도록 내 나름대로의 방식을 이용할 거거든.”
민서희는 고개를 번쩍 들었으나 박지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을뿐더러 그의 표정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악마와도 비슷한 얼굴을 그릴 수는 있었다.
박지환은 그녀를 풀어주었다.
“어머니 앞에서 밤새 무릎 꿇고 있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모든 처벌이 이민준한테로 돌아갈 거야!”
“이게 다 네가 한 선택이야!”
민서희는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고 박지환은 훌쩍 떠나는 대신 다른 한 사람이 들어와 소리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그녀를 감독하러 온 것이고 그녀가 땅에서 일어나 병원을 떠나는 순간 모든 벌칙과 원망은 이민준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민서희는 온몸이 차가웠다. 영안실의 냉램함의 원인보다도 마음속의 한기가 더욱 매서웠던 것이다.
추위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 그녀는 머릿속에 온통 박지환과 그녀의 달콤했던 과거가 이제는 분노밖에 남지 않았다.
그가 어떻게 그녀한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어떻게 영안실에 밤새 무릎을 꿇게 할 수가 있어? 임신한 몸인 걸 까먹었나?
죄명을 뒤집어쓰게 된 건 둘째 치고 은서경을 죽인 사람이 정말 나일지라도... 박지환이 어쩜 이렇게 모질 수가 있는 거지?
모든 감정을 초월하는 원망을 보아하니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인가 보다...
민서희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눈앞에 있는 침대를 보고 있는 그녀는 무섭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이 점점 식어만 갔다.
처음에는 그나마 옷을 두껍게 입었으니 무릎을 꿇고 있는 것도 참을 수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 전체의 냉기가 그녀의 온몸을 휘감아 오르는 듯했다.
무릎이 아프고 추위가 몰려오자 그녀는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게다가 임신으로 인한 허리통증으로 그녀는 고통스레 몸을 구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