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4장 임진이 고열이 나다

장씨 아주머니는 싱글벙글 웃었다. “아니, 아무 소리도 없이 아주 조용했어. 근데 네 입술을 보니까 임진 씨가 말과 행동이 좀 달랐나 보네.” 민서희는 얼떨결에 자신의 입을 만져 봤더니 붓기가 있고 약간 아프기도 했다. 임진의 거칠었던 그 행동을 생각만 해도 민서희는 수줍고 한편으로 흐뭇했다. 임진이 처음으로 통제력을 잃었던 모습이었다. 감정이라는 게 줄곧 이성적인 것도 아니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민서희를 보며 흡족해하던 장씨 아주머니는 선반을 묶고 나서 물었다. “오늘 뭐 먹고 싶어? 마을 어르신한테 돼지고기를 몇 점 남겨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같이 무우나 구워 먹을까?” ”좋아요.” ”임진 씨는 가리는 게 없어?” ”저희는 뭐든 다 잘 먹어요.” ”까다롭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럼 알아서 준비할게.” 민서희는 옆에서 주방일을 도왔고 식사 준비를 마치자 장씨 아주머니는 거실 쪽을 바라보며 수상쩍게 말을 건넸다. “벌써 점심시간도 거의 다 지나가는데 임진 씨 원래 이렇게 잠이 많아?” ”어제 막 퇴원해서 와 가지고 휴식을 제대로 못 했을 거예요. 제가 가서 깨울게요.” 민서희는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침대로 다가갔다. “임진 오빠, 임진 오빠.” 두 번 불러도 답이 없자 그녀는 손을 뻗어 임진의 얼굴에 갖다 댔더니 깜짝 놀랐다. 뜨거웠다! 불구덩이 같은 고온에 이마에는 땀들이 맺혀있었다. “서희야.” 장씨 아주머니는 문을 반쯤 밀며 물었다. “임진 씨 깨어났어?” 민서희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주머니! 오빠가 고열이 나요!” 여태껏 휴식하지 못했다고만 여겼던 민서희는 임진이 밤새 열로 힘들었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 자신이 밉고 후회스러웠다. 장씨 아주머니는 즉시 문을 열고 들어와 임진의 얼굴을 만지자 긴장한 안색이 역력했다. “어제 몇 시간 동안 거실에서 있는 바람에 탈이 났네.” ”어떡해요?” 민서희는 심호흡을 하고 손끝이 떨릴 정도로 긴장이 돼 있었다. “마을에 진료소나 병원이 있어요?” ”없지.” 장씨 아주머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난한 마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