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8장 임진이면 좋겠어

민서희가 침대에서 내려오자 임진이 다급히 막았다. “추운데 뭐 하려고?” “밥 좀 차려줄게요.” 임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민서희가 말했다. “괜찮아요. 그러면 같이 내려가요.” 민서희는 외투를 걸치고 임진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테이블 위의 음식은 이미 식었지만 그녀는 전자레인지로 돌리지 않았고, 오히려 직접 냉장고로 가서 국수와 야채를 꺼냈다. 임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음식 덥히는 거 아니었어?” 민서희는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임진 오빠 몸도 안 좋은데 이 밤에 저렇게 느끼한 음식을 먹기엔 무리인 것 같아서 국수 말아드리려고요. 잠시만 기다려요. 물만 끓으면 금방 돼요.” 그녀는 등을 돌린 채 바삐 움직였고 임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안색이 창백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서희는 식탁에 뜨끈한 국수를 올려놓았다. 익숙한 상황에 임진은 멍해졌다. 예전에도 민서희는 똑같았다. 민서희는 매일 박지환의 퇴근을 기다리다가 차 소리만 들으면 반갑게 그를 맞이해주고는 국수를 끓여줬었다. 물론 그는 그녀에게 따뜻한 시선조차 주지 않고 바로 3층으로 올라가 윤서아의 상태를 살폈었다. 임진은 그릇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뜨거워 그만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민서희가 다급히 말했다. “빨리 뱉어요! 내가 물 따라줄게요.” 그녀는 다급히 찬물을 따르며 잔뜩 당황해서 말했다. “뭐가 그렇게 급해요? 많이 배고팠어요? 금방 끓인 거라 많이 뜨거울 텐데.” 찬물을 한 모금 들이켜자 그제야 입속이 편해졌다. 유리에 비친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반짝였다. “괜찮아.” 임진은 손에 든 그릇을 바라보다가 다시 다급히 먹기 시작했다. 혀끝은 이미 미각을 잃었고, 남은 것은 오직 통증뿐이었지만 그는 마치 귀중한 무언가를 먹는 듯 허겁지겁 국물까지 깡그리 다 먹어버렸다. 민서희는 턱을 괴고 물었다. “더 줘요?” “응.” 민서희는 냄비에 남은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