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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장 도박을 걸다

그 순간 민서희는 찬물에 입수한 기분이었다. 그쪽에서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지환아, 들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드러운 그의 기나긴 침묵 속에는 약간의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가슴이 터질 듯한 민서희의 두 눈은 붉어졌다. 진동연... 이건 진동연의 목소리였다.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두 번째에야 드디어 확신할 수 있었다. 머리가 하얘져 어쩔 바를 모르겠는 그녀는 휴대폰을 끊었다. 난방이 뜨겁지만 그녀의 몸은 냉기가 스며들어 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자 머리가 윙윙거렸다. 어떻게 된 거지? 진동연이 박지환과 오래 전에 연락을 끊었다고 했었잖아? 낯선 사람보다 못한 사이라고도 했었는데? 근데 왜 박지환에게 전화를 해서 이토록 자연스럽게 부르고 있는 거지? 오늘 공교롭게도 박지환이 병을 앓아 휴대폰이 그녀 손에 쥐어있지 않았더라면 평생 오리무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동연이 왜 속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지환과 사이가 안 좋다고 그렇게 단호하게 말해 놓고 결국은 뒤에서 몰래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니... 당혹감과 불안감이 겹쳐 정신이 혼미하던 그때 휴대폰이 또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민서희는 휴대폰을 던져 버렸더니 벨이 울렸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침착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쪽의 진동연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환아, 내 전화 왜 끊어?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는 거야?” 원망? 민서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진동연 씨, 저예요.” 진동연은 멈칫했다. “민서희 씨?” 그는 의아했지만 이내 평온하게 물었다. “박지환 휴대폰인데... 왜 민서희 씨가 받아요?” 민서희는 눈을 깜박거렸다. “말 하려면 좀 길어요.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그녀가 질문했다. “오늘 왜 갑자기 박지환 씨한테 전화해서 지환아라며 친밀하게 부르고 있었던 거예요?” 전에 진동연과 박지환의 관계가 깊다는 윤서아의 얘기를 직접 들었으니 민서희는 더더욱 진정할 수가 없었다. 이건 진동연이 했던 말들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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