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7장 심란연한테 속았다

민서희는 손을 저었지만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 끝없는 온기와 냉기의 교차에 그녀는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던 박지환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너 병났어?” “아마도요.” 진씨 어르신과 맞서는 그때부터 이미 몸이 불편했지만 그녀는 꾹 참았다. 박지환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그녀도 꼬리를 내릴 수 없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오늘 일은 어쩔 생각이에요? 끝까지 싸울 건가요?” “당신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우선 차에 타. 병원부터 가자.” 박지환은 빈영에게 병원으로 출발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고 차에 타자마자 그대로 잠에 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병상에 누워있었고 옆에서 박지환과 의사가 소통하고 있었는데 워낙 몸이 약한 데다가 약까지 먹었으니 일시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의사가 당부했다. “찬 바람 맞지 않게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워낙 몸이 약해서 더 신경 쓰셔야 해요.” “네.” 박지환은 아주 진지하게 대답한 뒤 질문했다. “금기는 없어요? 예를 들면 어떤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거나......” “금기요? 자극적인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죠. 담백하게 드시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주면 됩니다.” 박지환이 진지하게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민서희는 어리둥절했다. 박지환이 의사에게 인사를 한다고? 게다가 그녀를 위해 세심하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은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다. 박지환이 변했다. 완전히 변해버렸다. 바로 이때, 그녀가 깨났다는 것을 확인한 박지환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물 마실래?”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확실히 목이 바싹 말라 있었다. 박지환은 물 한 잔을 그녀에게 넘겨주었고 그녀는 컵을 손에 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박지환은 다시 컵을 넘겨받고 물었다. “진동연 방에는 왜 들어갔어?” 그는 민서희를 원망하지 않았고 오로지 사실을 알기 위해 더없이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 민서희는 순간 안색이 굳어지더니 심란연이 떠올랐다.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