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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결국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 사랑하는 언니, 나 말고 누가 언니를 찾아오겠어?” 이가희의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나연은 그 자리에서 그녀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이젠 시력을 잃은 그녀는 이가희가 정확히 어디에 서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가희는 눈앞에 있는 이나연의 얼굴을 노려봤다. 그녀의 각막을 앗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다만 이제는 눈동자에 있던 빛이 사라지고 생기가 느껴지지 않을 뿐이었다. 바로 이 얼굴이 박재혁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고 끝끝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가희는 오늘 아침 박재혁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면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다. 그는 아이가 깨어나면 그녀 혼자 아이 데리고 해외로 나가라고 했다. 이가희가 이런 짓까지 했는데 박재혁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나연뿐이었다. 이나연이 살아 있는 한 박재혁은 절대 이가희에게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고 이나연이 완전히 사라져야 이가희는 박재혁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었다. “나 오늘 언니한테 말할 게 있어서 찾아왔어.” 이가희는 잠깐 멈췄다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 아들 죽었어. 결국 못 살렸대.” “뭐라고?” 이나연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미 마음속으로 아이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 듣게 되자 심장이 천 갈래로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거짓말하지 마! 나 안 믿어!” “언니, 이제 그만 좀 해. 내가 그 애를 창밖으로 던졌을 때 이미 숨이 멎었는데 어떻게 살아 돌아와? 하... 진짜 안됐다. 그렇게 귀엽던 애가 한순간에 사라지다니.” 이가희는 말끝을 흐리며 깔깔 웃기 시작했다. “이가희! 내가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 이나연은 이가희의 말에 자극받아 완전히 이성을 잃었고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가희는 이나연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그녀를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 “장님 주제에 나한테 복수하려고? 어림도 없지.” 그리고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언니, 재밌는 얘기 하나 더 해줄까? 재혁 오빠는 지금도 그 애가 내 아들이라고 믿고 있어. 게다가 언니를 찢어 죽여서라도 내 아이를 위해 복수하겠대. 어때, 웃기지 않아? 하하하하...” “넌 반드시 벌받을 거야. 평생 저주받을 거라고!” 이나연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격렬한 분노에 사로잡혀 이를 악물고 저주를 퍼부었다. “내가 벌받는다고 해도 눈이 먼 언니가 볼 수나 있겠어?” 이가희는 이나연의 얼굴을 매섭게 쳐다보았다. “내가 언니였으면 이렇게 비참하게 남아 있지 않고 그냥 죽어버렸을 거야. 내가 죽인 언니의 아이들이랑 같이 지옥에서 다시 만나야지?” 그 말을 끝으로 이가희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도도하게 방을 나갔다. 박소윤도 죽고 둘째 아이마저 죽었다. 이나연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복수를 해야 한다는 집착 하나로 버텼던 그녀였지만 이젠 눈이 멀었고 이곳에 감금된 상태이다. 이 모든 게 그녀가 박재혁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고 그 잔인한 사랑 때문에 그녀는 두 아이를 잃었다. 이제 이나연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아무것도 의미가 없었다. 복수를 해봤자 박소윤과 둘째 아이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이나연은 떨리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녹음기를 껐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입 안 가득 피를 토해내더니 입가를 닦을 틈도 없이 그녀의 몸은 이내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날 밤, 술에 취한 박재혁이 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왔고 눈에 핏발이 선 채로 곧장 침대 앞으로 다가가 이나연의 목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이나연, 너 그거 알아? 민이가 영영 못 깨어날 수도 있대!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 어린 애한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냐고! 죽은 척하지 말고 대답 좀 해!” 박재혁은 이나연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그녀는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순간 박재혁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고 그녀의 몸을 뒤집은 순간 그가 마주한 건 피로 붉게 물든 침대 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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