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빠져들다
이나연은 박재혁을 증오했고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녀의 발목 위에 닿아 있던 박재혁의 손이 그 한마디에 딱 굳어버렸고 이나연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 도망치듯 몸을 떼어냈다.
하지만 그녀의 발이 말썽이었고 박재혁과 조금 거리를 벌리나 싶더니 이번엔 제대로 중심을 잃고 또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
발목에서 올라오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벽을 짚고 일어서보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나연은 박재혁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원하지 않았다.
박재혁이 그녀의 각막을 찢어냈을 때 이미 그들 사이는 완전히 끝이 났다. 그가 이제 와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든 그건 이나연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연아...”
“오지 마.”
이나연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아까 나를 구해준 건 정말 고마워. 그 점은 분명히 감사를 전하고 싶어. 하지만 이제 내 앞에서 사라져 줘.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는 내 인생에 발도 들이지 마.”
말을 마치자마자 이나연은 이를 악문 채 고통을 참아가며 벽을 짚고는 절뚝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었다.
“나연아, 난 너한테서 사라질 수 없어. 겨우겨우 널 찾았는데 어떻게 또 널 놓칠 수 있겠어.”
박재혁은 고집스럽게 그녀를 안아 올렸고 이나연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리고 박재혁의 입술이 이나연의 입술에 포개졌고 뜨겁고 격렬하고 미련이 담긴 절절한 키스가 이어졌다.
“나연아... 내 나연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에 이나연의 가슴이 잠시 멎는 듯했다.
‘내 나연아’라는 말이, 한때는 그녀의 전부였던 그 호칭이 이젠 차가운 현실로 그녀를 후려쳤다.
그녀는 더 이상 그의 ‘나연’이 아니었다. 박재혁의 곁엔 이가희가 있고 이나연은 이제 유성진이라는 소중한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 남자와 얽히는 순간 이나연은 모든 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밀어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나연은 온 힘을 다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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