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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소윤이가 사라졌다

납치당한 건 이가희의 아이만이 아니었고 박소윤도 사라졌다. 그날 밤, 박재혁은 납치범의 전화를 받았고 그들은 지금 바닷가에 있다고 했다. 박재혁은 이나연과 이가희를 데리고 재빨리 바다로 내달렸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박소윤은 이미 의식을 되찾은 상태였고 바닷가 절벽 위에 꿇어앉혀져 있었다. 파도 소리와 함께 박소윤은 마치 바람만 스쳐도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박재혁은 20억 원의 지폐가 담긴 가방을 납치범 앞에 내던지듯 밀어두고 차갑게 말했다. “돈은 준비해 왔으니 이제 애들을 풀어줘.” 하지만 납치범의 우두머리 곽준표는 사악한 웃음을 띤 채 박재혁을 노려봤다. “넌 내 아버지를 죽였어. 오늘은 네가 그 대가를 치를 차례지.” 그는 고개를 돌려 박소윤과 갓난아기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 두 놈 중에 오늘 하나만 살 수 있어. 박재혁, 네가 골라. 누굴 살릴지.” “200억 줄 테니 둘 다 풀어줘.” 박재혁의 목소리는 더욱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곽준표는 눈이 빨개진 채 마치 심판을 내리듯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복수야! 셋까지 센다. 그때까지 못 정하면 둘 다 절벽 아래로 떨어뜨릴 거야. 자, 하나. 둘...” “재혁 오빠, 제발 우리 애 좀 살려줘. 난 민이 없이 못 살아... 민이는 오빠의 친자식이잖아. 제발 민이를 살려줘!” 이가희가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오열하며 그의 손을 붙잡았고 막 출산을 마친 탓에 숨이 넘어갈 듯 흐느끼며 간청했다. “가희야, 일어나. 땅바닥 차가워. 너 애 낳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러면 안 돼.” 박재혁은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우리 아이는 내가 지킬게.” 그 말에 이나연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두 아이 중 한 명만 살 수 있다면 박재혁은 이가희의 아이를 선택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박소윤은 죽어야 한다. 땅바닥도 차가웠지만 가슴은 더욱 시렸다. 이나연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옷깃을 여몄지만 마음속 한기를 막을 수 없었다. 박소윤의 볼에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는데 갑자기 눈웃음을 지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엄마, 울지 마요. 소윤이는 안 무서워요! 저는 아빠가 없어도 엄마만 있으면 돼요.” 박소윤은 아빠가 정말 필요했지만 이젠 아빠가 자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죽을 뻔했던 교통사고 때도 찾아오지 않았고 간신히 병실에 나타난 날에도 이가희한테 골수를 주라고 시켰다. 그 긴 주삿바늘 때문에 진짜 아팠는데 그 모든 고통은 자기가 제일 존경했던 아빠가 준 것이었다. 게다가 박재혁은 항상 엄마 이나연을 울렸다. 박소윤은 엄마가 우는 게 제일 싫었고 차라리 아빠 없이 살아도 괜찮으니 엄마가 울지 않았으면 했다. 박소윤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엄마, 울지 마요. 소윤이는 엄마가 우는 거 싫어요. 저는 다음 생에도 엄마 딸 할 거예요.” 그리고 그 조그마한 몸이 마지막 힘을 짜내듯 고개를 홱 돌려 곽준표의 팔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아악!” 곽준표는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손을 휘둘렀고 그 손이 그대로 박소윤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그러자 박소윤은 휘청이며 뒤로 넘어졌고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곧바로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소윤아!” 이나연은 마음이 찢어지듯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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