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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가 남긴 건 상처뿐

이나연은 온몸을 던져 절벽 끝으로 달려갔고 손을 뻗어 박소윤을 붙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소윤아, 안 돼! 엄마가 구하러 갈게!” 그녀는 그대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려 했지만 갑자기 복부가 바늘로 찌르듯 극심하게 쑤셨고 순식간에 피가 목까지 차올라 입을 틀어막을 틈도 없이 피가 와락 나왔고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박재혁도 박소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줄은 몰라 잠시 굳어 있다가 곧장 절벽 끝으로 달려가 망설임 없이 바다로 몸을 던졌다. 칠흑 같은 밤바다 속에서 그는 한참 동안 헤엄치며 찾아다녔는데 박소윤이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그의 부하들과 구조대까지 도착했지만 이 넓고 어두운 바다에서 그 작은 아이를 찾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재혁은 무려 사흘 동안 바다 위에서 수색을 이어갔으나 박소윤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이제 모두가 그 아이는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이미 심각하게 다친 몸이었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그토록 오래 있었으니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 이나연이 눈을 떴을 때 그날은 바로 박소윤과 막 태어난 아이의 장례식 날이었다. 그녀는 품에 박소윤의 옷가지를 꼭 안고 있었고 눈동자는 허공만 바라보며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열일곱에 박재혁과 연애를 시작했고 열여덟 생일날에 그에게 모든 걸 맡겼다. 둘은 앞으로 박재혁을 닮은 아들을 하나, 이나연을 닮은 딸을 하나 낳아 영원히 헤어지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나연은 정말로 박재혁에게 아들 하나 딸 하나 안겨주었는데 그 아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딸은 차가운 바다 속에서 눈을 감았다. 이나연은 울고 또 울다가 비참한 현실에 되려 웃음이 났다. 이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말은 바로 평생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박재혁은 영원히 함께하자고 약속했었지만 정작 그가 그녀에게 준 것은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상처뿐이었다. “소윤아... 우리 아가... 제발 돌아와 줘...” 그때 벨이 울리자 이나연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발신자는 병원의 간호사였는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간호사는 사실 이나연의 아이는 죽지 않았고 이가희가 병원에서 사망한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해 이나연의 아이를 자기 아이인 것처럼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 말에 이나연의 텅 빈 눈동자에 처음으로 미세한 빛이 일었다. 그 아이는 병원에 있었고 그녀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아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채취해 친자 확인 검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확인 결과 아이의 친모는 이나연이 맞았다. 이나연은 떨리는 손으로 박재혁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녀를 미쳤다고 욕했다. 그렇다면 이나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이를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 아이를 절대 이가희의 손에 맡길 수 없었다. 이나연은 몰래 아이의 병실로 들어갔고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아이를 품에 안고 병실에서 나가려 했다. 세상이 아무리 넓어도 박재혁과 이가희가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녀와 아이가 숨 쉴 곳이 될 수 있었다. “아가야, 엄마랑 같이 여기를 벗어나자. 앞으론 절대 엄마랑 떨어지지 말자.” 그런데 이나연이 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병실을 빠져나가려 할 때 문이 벌컥 열렸고 그곳에 이가희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언니, 드디어 왔네? 기다리고 있었어.” 이나연은 아이를 데리고 빨리 떠날 생각뿐이었고 이가희를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가희의 반응이 그녀보다 더 빨랐고 번개처럼 아이를 낚아챘다. “이 아이는 언니의 아이가 맞지만 절대 안 돌려줄 거야.” “이가희, 내 아이를 돌려줘!” 이나연은 다시 아이를 뺏어오고 싶었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이가희를 당해낼 수 없었다. 이가희는 이나연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간호사를 시켜서 언니한테 전화하라고 했어. 이제 언니가 왔으니 진짜 재미있는 쇼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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