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대체 왜? 내가 왜 저딴 것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성보람 따위가 뭐라고...’
조민주는 이를 악물며 치욕에 몸을 떨었다.
“아버지, 너무 화내지 마세요. 민주 사과할 겁니다.”
배혁수는 황급히 조민주 팔을 끌어 성보람 앞에 세웠다.
“제수씨, 오늘 우리가 잘못했어요. 오해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절대 없을 거고 내가 큰오빠라는 사람이 괜히 말이 심했네요. 진심으로 미안해요.”
그는 말 끝에 억지로 아내의 팔을 툭 쳤다.
“어서, 사과해.”
그는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눈치를 줬다.
조민주는 억울함과 치욕에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남편과 시아버지 눈치를 보니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미안해요. 됐죠?”
이를 악문 채 겨우 내뱉고 남편 팔을 거칠게 뿌리치곤 눈물 고인 눈으로 현관을 박차고 나갔다.
배혁수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나갔다.
김미경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다 속이 미묘하게 쓰렸다. 큰며느리가 저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가족끼리 이 정도까지 해야 돼? 그렇게까지 몰아붙여야 했어?”
성보람은 어이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게요. 가족이면 뭐합니까? 아까는 온 집안이 달려들어 저 하나 도둑 취급했잖아요. 경찰까지 불러놓고 그땐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었죠.”
김미경은 더는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들 해.”
배정헌이 관자놀이를 짚었다.
“선우야, 외곽에 있는 저택 있지? 보람이 데리고 거기 가서 살아. 형수랑은 한 지붕 아래선 도저히 못 살겠다.”
배선우는 그 말에 멍해졌다.
‘성보람이 거길 가버리면 부모님 눈앞에서 사라질 테고 그럼 더는 신경도 쓰지 않을거잖아. 그렇게 되면... 도대체 이 여자를 어떻게 미워하지?’
“뭐라고요? 그 사람하고 단둘이 거기서 살라고요?”
성보람이 황당하다는 듯 소리쳤다.
“어르신, 아직도 이혼 안 시킬 겁니까? 저랑 이 집은 정말 안 맞아요.”
배선우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처음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여자는 자신보다 이혼을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걸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