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너 겨우 며칠 들어와 살아보고 우리 배씨 가문을 안다고?”
김미경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성보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배씨 가문, 가풍 엉망이고 가진 돈 조금 있다고 못 가진 사람 무시하고 피 한 방울 섞였다고 무조건 감싸고 돌고. 그런 집안이란 건 충분히 알겠네요.”
맑고 단단한 눈빛에는 더는 미련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오늘은 목걸이가 없어졌다고 제가 훔쳤다고 하셨죠. 그럼 내일, 모레 또 뭐가 없어지면요? 또 제가 훔쳤다고 하시겠죠.”
성보람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은 경찰이 찾아줘서 다행이었지만 다음에도 그렇게 운이 따를지는 모르겠네요.”
그녀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조용히 캐리어를 잡고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배선우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단 한 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 순간, 배선우는 물론 거실에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이 충격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배씨 가문.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이 굽신거리며 고개를 숙여 온 집안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겨우 스물몇 살짜리 여자가 배씨 집안 가풍이 잘못됐다고 면전에서 선언했다.
배정헌은 분노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선우야, 잡아라.”
씹어 삼키듯 내뱉은 그 목소리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오늘 이대로 내보내면 며느리를 억울하게 몰아세운 이 사건이 배씨 가문의 치부가 되어 곳곳에 퍼질 게 뻔했다.
배선우는 얼떨결에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또 뭐 하겠다는 거야.”
그 순간, 성보람이 돌아섰다.
그 눈빛은 단호하고 냉담했다. 그리고 배정헌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 설마 아드님 시켜서 저 때리기라도 하실 건가요?”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였다.
“분명히 말씀드리죠. 경찰, 지금 막 돌아갔어요. 만약 제가 여기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의심받을 곳이 어딘지 잘 아시겠죠?”
“지금 무슨 헛소리야.”
배선우는 헛웃음을 삼켰다.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죽는다니, 지금 우리 집안을 뭐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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