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저도 봤어요.”
“...”
그 뒤로 경찰들의 소곤거림은 점점 멀어졌고 그는 끝내 그들을 붙잡지 않았다.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롭게 굳은 턱선, 그 어두운 눈빛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감이 스쳤다.
경찰들의 뒷담화야 흘려들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곱씹어보니, 방금 그 자리에서 배씨 집안이 성보람 앞에서 어떤 추태를 보였는지 참담할 만큼 뼈저리게 실감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돈, 그 단 하나의 이유로 그녀를 도둑으로 몰아붙였다.
늘 냉정하고 치밀하다 자부해왔던 그가 왜 유독 그녀 앞에만 서면 이렇게 이성을 잃는 걸까.
...
거실.
배선우가 나간 뒤로 성보람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 그 누구도 그녀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들려온 건 조민주의 얄미운 목소리였다.
“아버님, 어머님. 오늘 괜히 심려 끼쳐 드렸네요.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 목걸이는 잘 보관해둘게요. 아, 맞다. 어머님, 오늘 지민이가 해외에서 공수해온 시계 갖고 왔어요. 아주 예쁘던데요.”
“그래? 한번 봐야겠구나.”
김미경은 슬쩍 분위기를 넘기려는 듯 맞장구쳤다.
“2층에 있어요. 함께 올라가시죠.”
조민주는 김미경의 팔을 자연스레 끼고 위층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보람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 살짜리 아이도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법을 아는데 마흔이 넘어도 그걸 모르는 분들이 있네요.”
조민주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고 표정이 굳었다.
김미경은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 일로 이미 충분히 창피했잖니. 네 형님이 잘못한 거야, 맞아. 하지만 네가 굳이 그렇게까지 따질 필요는 없지 않니? 결국 손해 본 것도 없는데.”
성보람은 꾹꾹 눌러 삼키던 감정을 겨우 다잡았다.
“도둑이라고 몰리고 변명해도 믿어주지 않고 경찰이 직접 물건 찾아줘도 여전히 모함당했는데요.”
성보람은 살짝 젖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그게 피해가 아닌가요?”
그리고 덧붙였다.
“사과할 마음 없으시면 그냥 직접 말하세요.”
김미경은 내심 부아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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