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엄마...” 성민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약속하셨잖아요.” 소윤정은 불쾌하다는 듯 한숨 섞인 목소리로 받아쳤다. “도대체 그 모녀가 너한테 무슨 마법이라도 걸었니? 넌 내 소윤정의 딸이야. 가난한 집 딸이랑 자매처럼 엮일 필요 없어. 소씨 가문엔 형제자매도 널렸는데 뭘.” 그 말에 성보람은 조용히 주먹을 꼭 쥐었다. 성민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는 몇 년 동안 엄마 일에만 정신 팔려 있었고 아빠도 날 돌봐준 적 없어요. 그동안 나랑 함께 해준 건 보람이었어요. 엄마가 보람이를 그렇게 말하는 건 난 절대 용납 못 해요.” “내가 널 잘못 키웠지.” 소윤정이 딸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나는 너 외할머니랑 온 힘을 다해 널 배씨 가문에 시집보내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넌 뭐? 한 번 이혼한 놈한테 시집갔잖아. 보람이 봐, 지금 네 신분 팔아서 배씨 가문 둘째 아들 며느리 됐어. 네가 조금이라도 잘했으면 그 좋은 자리를 네가 가졌을 거야.” 잠시 말을 멈춘 소윤정은 곧 성보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배선우도 깨어났는데 언제 이혼할 건데? 배선우 아내라는 타이틀 붙들고 질질 끌 생각은 아니겠지? 분명히 말하는데 배씨 가문이 너를 받아준 건 우리 소씨 가문 체면 때문에 그런 거야. 그거 들통 나면 네가 당하는 건 그렇다 쳐도 우리까지 엮이지는 말아라.” 성보람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나도 이혼하고 싶어요. 근데 아버님이 허락을 안 해요.” “아줌마, 내가 일부러 배씨 가문에 들어간 줄 알아요? 그땐 다들 배선우 씨가 죽을 줄 알았잖아요. 아줌마도 언니가 그 집 가는 거 싫어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배선우 씨가 깨어났다고 왜 또 질투심에 눈 돌아서 이러는 거예요? 당신 일 아니라고 손 털고 있지 말고요.” “너...!” 띡, 띡. 그때, 성범철의 차가 들어오며 멈췄다. 그는 차에서 내리며 전처를 발견하자 눈빛이 조금 밝아졌다. 성범철은 예전 사업 때문에 소윤정을 알게 됐고 좋은 집안 출신인 그녀를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려 결국 결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