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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여민지도 성보람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거의 죽어간다던 성보람의 남편이 이렇게나 잘생겼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너 그때 두 사람 사이가 안 좋다고 하지 않았어? 이사도 나왔다며.” “상황이 조금 복잡해.” 성보람은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오늘 밤 저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 정말 감옥에 갔을지도 몰라. 그 진씨 가문 아가씨라는 사람, 소운시에서 손꼽히는 명문가 아가씨였더라고.” 그 말을 들은 여민지의 맑고 고운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자꾸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우선 좀 쉬어.” 성보람도 오늘 일은 그녀에게 있어 그저 살갗이 좀 벗겨진 정도의 일이었을지 몰라도 여민지에겐 자존심이 짓밟힌 굴욕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직 사회에 발을 들이지 않은 대학생에게 자존심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민지는 창백한 입술을 달싹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보람아, 돈 좀 빌릴 수 있을까? 나 아직 수납을 못 했어.” “알았어. 내가 바로 다녀올게.” 성보람은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여민지는 비록 가난했지만 자존심 하나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정말 절박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보람이 병실을 나가 수납하러 간 사이 천천히 눈을 감은 여민지의 눈가에 눈물 한 방울 흘러내리며 이내 차가운 이슬처럼 식어버렸다. ... 약 20분 후, 배선우가 죽과 만두를 사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 중간 병상에는 뚱뚱한 환자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는데 병실 안에는 술과 담배 냄새가 뒤섞여 공기조차 탁했다. 배선우는 음식을 내려놓고는 곧장 병실을 나가 복도 의자에 앉았다. 성보람은 여민지에게 죽 몇 숟가락을 먹여보았지만 여민지는 속이 좋지 않다며 결국 다시 누워버렸다.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챙겨 병실을 나선 성보람은 맞은편 복도 의자에 앉아 있는 배선우를 발견했다. 그는 긴 다리를 접은 채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새벽이라 다들 지쳐 보이는데 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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