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성보람은 가슴 깊이 얹혀 있던 돌덩이가 스르르 내려앉는 걸 느꼈다.
“어제 오후에 한참 고민해서 고른 거예요.”
“고마워.”
배선우는 이미 그녀의 진심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고 이제 굳이 말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우산을 받는 건 곧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그녀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독립적이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주문은 했어?”
“아니요, 선우 씨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요.”
“그럼 네가 시켜. 나 여기 처음 와 봐.”
배선우는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은은한 조명 아래 로맨틱한 분위기가 감도는 양식 레스토랑이었고 테이블마다 앉아 있는 손님들도 대부분 커플이었다.
이곳이 왜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성지인지를 알 것 같았다.
성보람도 이곳은 처음이라 인터넷에서 평이 좋은 메뉴 위주로 골랐다.
그녀가 주문하는 동안 배선우는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예전의 얼굴로 돌아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부기는 많이 빠진 상태였다. 약도 제대로 바르고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는 듯했다.
주문을 마치고 돌아서자 성보람은 그가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 시선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볼이 달아올랐다.
“뭘 그렇게 봐요? 저 지금 얼굴 엉망인 거 알아요. 밥 먹을 때도 마스크 쓰고 싶을 정도라고요.”
“그런 거 아닌데.”
이 얼굴이 이렇게 된 데는 자신도 일조한 터였다. 게다가 그녀의 우산을 받았다는 건 이제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뜻도 포함된 셈이었다. 배선우는 순간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들이 서로를 대하던 방식을 떠올리며 덧붙였다.
“지금도 예뻐.”
“진짜예요?”
성보람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눈빛에 배선우는 어딘가 낯선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은 다름 아닌 어색함이었다.
스물일곱 해를 오직 일에만 바쳐온 배선우에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원래 얼굴도 예쁘긴 했지.”
“고마워요.”
칭찬이란 건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말이지만 특히 성보람처럼 자존심 센 사람에겐 더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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