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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이곳은 엘튼 호텔에서 멀지 않았다. 배선우는 두어 초 망설이다가 차를 호텔 방향으로 돌렸다. 도착까지 채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그는 문 앞에 도착해 벨을 눌렀다. 그 시각, 방 안의 성보람은 살짝 취기가 올라 흐릿해진 정신으로 문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여민지가 온 줄로만 알고 얼른 일어섰다. 하지만 갑작스레 어지럼증이 밀려오고 다리에 힘이 풀려 벽을 짚으며 문으로 다가갔다. “왜 이제 왔어...” 중얼거리듯 투덜대며 문을 열던 순간, 아직 문이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배선우는 그 안쪽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취한 듯 나른하고 살짝 풀어진 채 감기듯 흐르는 목소리였다. 문이 열리고 그는 그제야 방 안의 풍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성보람은 분홍색 호텔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허리끈은 느슨하게 묶인 채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목선과 어깨, 가운 안쪽의 곡선이 은근히 드러났다. 옷깃 사이로 은근히 드러난 피부, 아래로 곧게 뻗은 다리, 발에는 하얀 호텔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앙증맞은 열 개의 발가락이 가지런히 드러나 있었다. 배선우는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닿자 몽글몽글한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갓 씻은 젖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흘러내렸다. 입술에는 와인의 색이 옅게 번져 있었고 온몸에선 은은한 와인 향이 풍겨왔다. 소년 같던 향기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 뒤섞인 그야말로 사람을 유혹하는 향기였다. 성보람은 제대로 술이 오른 상태였다. 정신이 흐릿한 그녀는 배선우가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선우 씨가 왜...”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배선우는 긴 다리로 한걸음에 안으로 들어섰고 문은 거칠게 닫혔다. 그는 지금 이 모습의 그녀를 누구에게도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호텔 복도 CCTV조차도 싫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성보람은 당황해 한걸음 물러섰지만 몸이 비틀거려 오른발에 왼발이 걸렸다. 순간 몸이 뒤로 쏠리며 중심을 잃었고 배선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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