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하아, 말하자면 길어. 나 진짜 선우 씨 부른 거 아니야. 완전 오해였고 대형 사고였어...”
성보람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이미 갔어. 빨리 와. 나 지금 너무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야. 내 앞에 금이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내가 못 만지고 못 가진다고... 으아아...”
여민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돌아가는 지하철 안이었지만 친구의 절절한 울음에 결국 다시 내렸다. 한참을 되돌아가 반 시간 뒤쯤 여민지는 호텔 객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엔 성보람이 이불을 칭칭 두른 채 침대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한여름인데도 그녀는 꼭꼭 감싼 채 뺨은 발갛고 입술은 부어 있었다. 눈빛은 괜히 촉촉하고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안 해도 보였다.
성보람은 침통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전부 털어놓았다.
“내가 어떻게 그 사람 제안을 덥석 받겠어. 지금 내 정체야 언젠가는 들킬 게 뻔한데, 두 집안이 아예 왕래하지 않을 리도 없고. 배씨 가문 같은 집안이 소씨 가문이랑 결혼한 것도 그나마 예전엔 소씨 가문에 좀 체면이 있었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난 아무것도 아니잖아...”
“맞아.”
여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아직 결혼식도 안 올렸으니까 그때 가서 소씨 가문 사람이 참석 안 하면 백퍼 들통나겠지. 명절이나 어르신 생신 이런 자리마다 곤란할 거고... 뭐, 혹시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또 모르지.”
“아니야, 됐어.”
성보람이 눈을 굴렸다.
“그 집 사람들 알잖아. 내가 임신했다고 매달리기라도 하면 맨날 눈치 주고 비아냥거릴 거 뻔해. 선우 씨라고 예외겠어? 그때부턴 완전 원수지간 될걸? 극단적으로 가면 애는 남기고 날 내칠 수도 있어.”
여민지가 피식 웃었다.
“너도 잘 알고 있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어. 결국 다 자기 힘으로 살아야지.”
“그 말 맞아.”
성보람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 유혹 잘 참았다. 됐고, 이제 빨리 닭꼬치 하나 꺼내 봐. 허기지니까 먹으면서 풀자.”
여민지는 웃음을 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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