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어차피 여자의 첫경험은 평생 간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배선우 성격이 좀 괴팍하고 예민한 건 맞지만 그걸 빼면 솔직히 남자로선 최상급이었다. 얼굴은 모델 뺨치게 잘생겼고 몸매는 말할 것도 없고 자산은 세계 부자 순위 백 안에 들 수준이라는데 그런 사람이랑 잤다고 하면 평생 자랑거리였다.
그랬지만... 이젠 다 놓쳐버린 얘기였다.
“어머, 너 의외로 은근히 개방적이다?”
성보람이 장난스레 여민지를 바라봤다.
“혹시 너 요즘 연애하고 싶어진 거 아니야?”
“내가 뭔 자격으로 연애를 해.”
여민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난 그냥 돈만 벌고 싶어. 아주 많이. 자유도 없는 내가 감히 사랑 같은 걸 꿈기기엔 아직 너무 일러.”
“하... 나도 돈이나 벌어야지. 배선우 같은 사람은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이 있어도 여전히 돈 버는 게 좋다는데, 내가 무슨 여유롭게 살 자격이나 있겠냐고.”
성보람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오늘 밤 있었던 온갖 어이없는 일들을 잠시 뒤로하고 여민지와 함께 닭꼬치를 먹었다.
...
깊은 밤.
배선우는 육성진의 집 문을 발로 걷어차듯 밀고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그는 마치 누가 수천억이라도 떼먹은 것처럼 굳은 얼굴로 바에 털썩 앉더니 아무 말 없이 술부터 따랐다.
“누가 그렇게 열받게 했냐? 아주 얼굴에 욕구불만이라고 써 붙였네.”
육성진은 하품을 하며 잠옷만 걸친 채 배선우의 옆에 와서 늘어지듯 앉았다.
“무슨 일인지 좀 얘기해 봐.”
“멍청한 여자 하나 만났지.”
배선우는 술을 따라 단숨에 털어 넣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이렇게까지 수치스럽고 망신당한 건 난생처음이었다.
솔직히 성보람이란 여자를 목이라도 졸라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누군데?”
육충리의 눈빛이 번뜩였다.
“설마 성보람이야? 널 이렇게 만들 사람은 그 여자밖에 없잖아.”
배선우는 잔을 꽉 쥔 채 이를 악물었다. 자신 앞에서 그렇게 마음대로 굴 수 있는 사람은 성보람밖에 없었다.
오늘 밤, 배선우는 성보람에게 체면을 세워줄 만큼 다 세워줬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그의 자존심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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