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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고태훈은 가족 같다는 말을 듣자 마치 파리라도 삼킨 듯 불쾌해져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자 육성민은 일부러 그의 기분을 더 상하게 하려고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네. 여긴 제 사촌 동생, 태훈이에요.” 하지만 고태훈은 곧바로 육성민의 손을 떼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형, 잠깐 얘기 좀 할래? 집안일에 대한 거야.” 육성민은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소이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1분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구석으로 향했다. “형, 큰이모가 이제 형도 서른 됐는데 언제 장가갈 거냐고 묻더라.” “야, 너 진짜 미쳤어? 지금 나한테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거야? 너도 곧 서른이잖아. 금방 네 차례가 올 거야. 그러니까 남 부추기지 마.” “우리 엄마도 궁금하대. 지금 형은 어떤 상황인지 좀 물어보라네.” 육성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무런 진전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어. 너도 알잖아. 난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건 좋아하지만 진짜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진짜 어려워.” 육성민은 전에 몇 번 연애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흥미가 있어서 사귀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깊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세뇌하고 상대를 사랑하는 척 연기했지만 결국 들키면 헤어졌다. 당시 소이현에게 다가갔던 것도 그런 차가운 여자가 끌렸기 때문이지만 권승준이 질투를 해서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육성민에게는 첫눈에 반한다거나, 보면 볼수록 사랑이 더 깊어지는 감정은 없다. 그 말에 고태훈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 두 사람 아무 사이도 아니구나.’ 원하던 답을 얻은 고태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바로 돌변했다. “그럼 난 먼저 가볼게.” “잠깐만.” 하지만 고태훈은 멈추지 않았고 육성민은 살짝 짜증이 나 욕을 하며 뒤따라갔다. “갑자기 이런 질문은 왜 해? 혹시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형이랑 상관없잖아.” 육성민은 빠른 걸음으로 고태훈을 앞질러 가며 길을 막았고 결국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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