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시간이 되자 소이현은 캐리어를 끌고 로비로 내려왔다. 그녀는 멀리서 강도훈을 한 번 바라봤다.
소이현의 시선을 느낀 듯, 강도훈도 고개를 들어 냉랭하게 마주 봤다.
결혼 3주년 기념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소이현은 시선을 거두고 권승준 쪽으로 향했다.
권승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산에서 인천까지는 권승준의 전용기로 이동했다.
강도훈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
턱선이 단단히 굳어 있었고 눈빛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깔려 있었다.
그는 방금 스쳐 지나간 권승준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고 있었다.
강도훈은 오래전부터 권승준이 강씨 가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생각해 왔다.
어릴 적 만날 때마다, 그는 거리낌 없이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권승준을 깎아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권승준은 그 모든 일을 알고도 집안 어른에게 한 번도 알리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강도훈의 반감을 키웠고 그를 더 증오하게 했다.
강도훈의 인식 속에서 권승준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정면으로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의 권승준이 낯설었다.
그제야 강도훈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고 느꼈다.
권승준이 무관심한 게 아니라 강도훈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동안, 권승준 역시 같은 방식으로 되갚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소이현의 변화도 설명이 되는 듯했다.
소이현은 자신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권승준의 비서였다.
강도훈은 권승준이 소이현을 이용해 자신을 자극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3년 동안 소이현은 늘 참고 그의 비위에 맞췄다. 주관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는 없다고 여겼다. 변화의 원인은 따로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답은 권승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소이현이 스스로 변한 게 아니라면 강도훈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금의 소이현은 그가 알던 모습과 달랐고 강도훈은 달라진 그녀가 불편했다.
부산까지 따라온 오늘의 행동 역시, 평소의 자신답지 않다고 느꼈다.
다만 전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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