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화
박지연의 단독주택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가로수길에 있었다.
주택 양옆으로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나뭇잎 사이로 흩어진 햇빛이 흔들리며 강도훈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강도훈의 피부는 창백할 만큼 희었고, 키는 훤칠했다. 멀리서도 넓은 어깨와 곧게 떨어지는 허리선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3년째 회사를 이끌어 온 사람답게 몸에는 카리스마와 여유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그에게서는 쉽게 말을 붙이기 어려운 거리감이 느껴졌다.
주말이라서인지 그는 짙은 회색의 얇은 니트에 편안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또렷한 이목구비는 자연스레 시선을 끌었다.
오후의 햇살 덕분인지, 평소보다 날 선 기운은 한결 옅어 보였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부동산 중개인의 설명을 듣느라 고개를 살짝 숙인 모습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온화함이 스며 있었다.
그 순간, 소이현의 마음 한편이 조용히 흔들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래전, 아무 의심 없이 그려 보았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직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셋이 나란히 거리를 걷는 모습, 세 식구가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서 있는 장면.
강도훈은 늘 그랬듯 차분했고, 아이는 건강해 보였으며 그녀 역시 두 사람의 곁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등원을 시킨 뒤 둘이 나란히 걸으며 산책하고 싶었다.
손바닥이 맞닿은 채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평범한 시간을 꿈꿨다.
강도훈은 말수가 적었지만, 상대의 말을 흘려듣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가 더 자라면 성실하게 학업을 챙기는 아버지가 될 것이고 아이의 취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퇴근길에 작은 선물을 사 오는 사람일 거라고 믿었다.
시간이 더 흘러 부모로서의 역할이 한결 가벼워지면 둘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둘러보는 삶도 자연스레 떠올렸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강도훈은 늘 자신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모든 것은 분명, 소이현이 한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려 보았던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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