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어둠 속, 권승준의 그림자가 소이현을 완전히 덮쳤다.
바로 그때 따뜻한 겉옷이 소이현의 몸 위로 걸쳐졌다.
그녀는 옷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상쾌한 우디 계열의 향으로 추운 눈밭에 우뚝 선 전나무를 연상케 했다.
트렌치코트를 그녀에게 준 바람에 권승준은 얇은 검은색 셔츠만 입고 있었다. 소매의 다이아몬드 단추가 그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반사하여 한 번 더 보면 거리를 둬야 할 것만 같았다.
소이현은 박지연의 앞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하필 권승준에게 들키고 말았다. 초라한 모습을 들켜 수치심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이현은 당황해하면서 눈물을 닦는 게 아니라 그저 무표정하게 그를 쳐다봤다. 얼굴에 남은 눈물 자국이 조명 아래에서 반짝거렸다.
그녀는 권승준과 두 번 정도 말을 섞어봤다. 그리고 다가가기 어려웠고 그다지 접촉하고 싶지 않은 낯선 사람이었다.
소이현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반응이었다.
5초가 지났다.
“운전할 줄 알아요?”
권승준의 질문에 소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차 키를 휙 던지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받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권승준은 이미 벤틀리 뒷좌석 문을 열고 몸을 숙여 차에 타고 있었다.
옆으로 지나칠 때 소이현은 트렌치코트와 같은 차가운 향기를 맡았다.
권승준의 뜻은 명확했다. 집까지 직접 운전하라는 뜻이었다.
친한 사이가 아닌 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에게 운전기사 역할을 시켰다.
소이현은 몸에 걸쳐진 옷과 손에 쥔 차 키를 번갈아 봤다.
너무 추웠던 터라 트렌치코트를 돌려주지 않고 소매 속으로 팔을 집어넣은 다음 벨트를 매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곳을 너무나 벗어나고 싶었던 소이현은 차 키를 꽉 쥐었다가 차에 올라탄 후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했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가 사람들이 깰까 봐 소이현은 출발할 때 매우 천천히 부드럽게 운전했고 본가에서 좀 멀어지고 나서야 속도를 높였다. 손과 발의 움직임이 완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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