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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소이현은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다. “전에 강진 그룹 대표가 결혼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아내의 얼굴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강도훈 씨가 결혼을 안 한 거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는데 그 추측이 거짓이었네요.” “거짓이었다고요? 그럼 강 대표님이 오늘 사모님이랑 같이 왔다는 거예요?” “네. 제가 직접 봤어요. 아주 선남선녀더라고요. 사모님은 대표님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던데 캠퍼스 커플에서 웨딩마치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겠어요.” “게다가 사모님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박사님이시래요.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으셨고요.” “어쩐지 강 대표님이 평소 대외 활동할 때 늘 혼자더라니. 여자가 한 명도 없었던 이유가 사모님이 옆에 없어서였군요.” “당연하죠. 대표님이 사모님을 얼마나 아끼는지 못 봤죠? 애정이 흘러넘칠 정도예요. 그분이 사모님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니까요? 남자는 지위가 어떻든 사랑하는 여자를 자랑하고 싶어 하거든요. 특히 사모님처럼 재능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참지 못하죠.” 그 말에 소이현은 걸음을 멈췄다. 지금까지 임하윤의 남편만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의 모든 남자가 임하윤의 남편처럼 아내를 아껴줄 리 없으니까. 강도훈의 성격이 차가워서 설령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임하윤의 남편처럼 하는 건 불가능할 줄 알았다. 소이현이 시선을 늘어뜨렸다. ‘결국엔 자기기만이었구나.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다 똑같은 거였어.’ 잠깐 멈칫했던 소이현은 생각을 거두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한 과학기술 회사가 로봇의 성능을 시연하고 있었다. 앞뒤, 좌우로 움직였고 심지어 백 텀블링까지 하는 모습이 사람과 흡사했다. 직원이 로봇을 걷어차자 로봇은 몇 걸음 비틀거리더니 이내 균형을 잡았다. 직원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체험해보라고 권했다. 그런데 걷어찬 힘이 조금 셌던 모양인지 로봇이 균형을 잃고 왼쪽으로 기울었다. 소이현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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