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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예전의 소이현이라면 분명 강도훈이 하라는 대로 했을 테지만 지금의 그녀는 꼭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고태훈은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이혼을 결심한 이후의 소이현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아마 예전의 소이현은 오직 강도훈을 바라볼 때만 눈이 빛났겠지만 지금은 사람 자체가 환해진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을 떠올린 고태훈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정하자. 나이도 있는데 왜 이래?’ 속으로 그렇게 중얼대면서도 이상하게 긴장되고 설렜다. “왜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 옆에 있던 하연서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고태훈은 태연한 척하며 대답했다. “궁금하면 네가 가서 직접 물어봐. 그런데 너는 아마 대화를 하는 상대가 마음에 안들 것 같은데.‘ 고태훈은 인정했다. 하연서는 뛰어나고 자존심도 강한 여자다. 그래서 소이현을 낮게 보는 것도 이해했다. 하지만 사람은 다 다르기에 누가 더 잘났는지를 굳이 따지고 들 이유도 없다. 하연서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태훈의 여유로운 태도에 괜히 자신만 속이 좁은 사람 같았다. “누가 네 친구인지 잊지 마.” “당연하지. 너희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들이잖아.”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강도훈이 끼어들었다. “오그라드는 말 좀 하지 마. 역겨워.” 고태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내가 연서랑 싸운 것도 아니고 그냥 장난으로 말하는 건데 뭐 그렇게까지 진지해?” 지금 강도훈의 표정은 한 치의 장난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생각해 보면 하연서랑 관련된 일에 그는 늘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고태훈은 결국 손을 들었다. “오케이, 항복. 소이현 씨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나도 모르니까 궁금하면 직접 가서 물어봐.” 강도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시선을 거뒀다. 소이현이 감히 그의 뜻을 거역할 리 없다. 과거 소이현은 강도훈과 싸우면 집에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이순자를 통해 소식을 묻곤 했다. 그게 늘 반복되는 일상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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