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고태훈이 아직 입도 떼지도 않았는데 소이현은 이미 반대로 걸어가고 있었고 아예 멈춰 설 생각도 없어 보였다.
하연서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소이현 씨 여전히 네 말은 잘 듣네.”
강도훈은 아무 감정 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소이현은 늘 그랬으니 강도훈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바뀌든, 어떤 방식으로 떠나려 하든, 결국은 돌아온다는 걸.
그게 언제나 두 사람의 결과였고 삶이었다.
고태훈은 소이현의 진짜 마음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인지, 혹은 강도훈과 멀어질 준비가 된 탓인지 방금 들은 대화가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억누르며 휴대폰을 꺼내 서태경에게 전화했다.
“빨리 와. 여기 나 혼자 더 있으면 외로워서 죽을지도 모르니까.‘
하연서는 그 말에 만족한 듯 기분이 좋아졌고 고태훈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그는 늘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말을 잘하고, 분위기를 맞추고, 상황을 감지하는 것에 능하지만 그게 마음을 쓰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를 센 척하는 바람둥이라고 욕하고 또 어떤 사람은 차갑고 무심해서 사람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고태훈은 남들이 할 수 있는 욕은 다 먹은 셈이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해명한 적이 없다.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만 보는 것, 모든 건 고태훈의 기분에 달렸다.
한편, 하연서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태훈이는 원래 육성민 씨랑 치기로 한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계속 태경이만 재촉하지?’
솔직히 너무 궁금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괜히 물었다가 자기 생각을 들키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그는 눈치가 굉장히 빠른 사람이니까.
...
테니스장은 동쪽 입구, 서쪽 입구가 따로 있었다.
소이현은 육성민에게 받은 메시지를 보고 서쪽 입구로 들어왔는데 하필 강도훈까지 만나고 지나친 상황이었다.
육성민은 동쪽 입구로 들어왔고 권승준도 함께 와서 마주칠 일이 없었다.
코트는 여러 면이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였다.
소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