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하연서는 알고 있었다.
고태훈은 신분, 계급 따위를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가 애초에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감정, 위계의 차이를 느껴본 적 없기에 못 느끼는 것뿐이다.
그러나 정말 고태훈의 신경을 건드리는 순간 그는 지금처럼 폭발할 게 뻔했다.
하연서는 두 주먹을 세게 쥐었다.
‘이런 기분은 너무 싫네.’
그래서 그녀는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했다.
‘나는 더 잘할 거야. 더 뛰어날 거야. 누구도 나를 깔볼 수 없게.’
물론 이건 단순한 질투나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원래 스스로에게 까다롭고 높은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 사이에 잠깐 무표정하거나, 감정이 안 맞을 때가 있는 것, 그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자신이 이렇게까지 생각을 이어가고 파고드는 건 그만큼 자신이 똑똑해서 다른 사람이 못 보는 부분까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굳이 고태훈에게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소이현은 자신보다 못하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그건 고태훈의 눈이 낮은 거고 취향이 이상해진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나랑 아무 상관 없잖아.’
하연서는 더 이상 그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혼자 가서 공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강도훈과 소이현이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였다.
...
강도훈 역시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소이현이 자신에게 고의로 대항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3년 동안 그녀는 그를 달래고, 비위를 맞추고, 말하는 대로 따랐다.
그래서 강도훈은 그런 방식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동쪽 코트로 도착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순간 강도훈은 믿을 수 없었다.
소이현은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며 권승준이 보내는 공을 힘겹게 받아내고 있었다.
강도훈은 그 모습에 표정이 잔뜩 굳어버렸다.
이미 그녀에게 퇴직 통보까지 했는데 지금 그의 눈앞에서 권승준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미친 건가?’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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