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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육성민은 황당해서 헛웃음만 나왔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권승준의 태연함에 감탄했다. “너도 정말 대단하다. 난 널 못 따라가겠어. 어쨌든 나는 이현 씨를 그냥 친구로 보는 것뿐이야.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강도훈 씨가 이현 씨를 끌고 가버리면 진짜 큰일 날지도 몰라. 그래서 많이 걱정되니까 너랑 테니스 칠 생각은 안 드네.” 그는 배현우에게 시선을 슬쩍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좋은 구경만 하고 한마디도 안 하는 네가 나 대신 승준이랑 테니스 치고 있어. 5분 뒤에 난 이현 씨 데리러 가야 돼.” 그러자 배현우가 웃으며 라켓을 꺼내 들더니 바닥을 톡톡 치며 입을 열었다. “승준아, 그럼 시작할까?” 그 모습을 보던 육성민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온갖 점잖은 척은 다 하고 실제로는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네.’ 같은 장소에 있던 여진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육성민은 아주 짧은 찰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나같이 왜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지? 예전에 다 의리도 있었는데.’ 권승준은 해외에 오래 있었기에 배현우는 그와 테니스를 안 친지도 오래됐다. 그래서인지 그는 권승준의 공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곧 자세히 공의 움직임을 살피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지금 권승준은 스윙할 때 평소보다 힘을 더 주고 있었다. ‘신경 안 쓰는척하더니 그게 아닌가 보네.’ 한편, 여진성은 박지연과 문자를 나누고 있었다. [강도훈 씨가 혹시 가정폭력도 해?] [왜? 이현이를 때렸어? 아니면 때리는 걸 봤어?] [그냥 물어보는 것뿐이야.] [난 이현이한테 들은 거 없는데? 정말 그런 인간쓰레기였으면 이현이가 3년 동안 버텼겠어? 진작 끝냈겠지.] 박지연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남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건 아무리 이유가 있어도 용납하지 못할 범죄니까. 만약 한번 맞게 된다면 여자도 정신이 번쩍 들 테지만 사실 더 치명적인 건 정신적 고통이다. 소이현이 사랑해 주는 걸 아니까 그걸 빌미로 상처를 주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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