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윤시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겨우 입을 떼면서도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강윤서가 했던 일들은 너무도 이질적이어서 그녀에겐 상상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엔 선명한 연민이 서려 있었다.
“이미 지난 일이에요. 근데 강윤서는 앙심을 품는 스타일이니까... 시원 씨도 밖에 다닐 땐 조심해요.”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일렀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마주쳐버렸다.
강윤서는 이미 내 연락처에서 차단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 동안 내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해 나를 찾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바람피운 쪽은 강윤서라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그녀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예전 집까지 찾아갔지만 우리 가족은 이미 이사했고 아파트 경비에게도 이미 특별히 주의를 준 상태였다.
결국 갈 데가 없어진 강윤서는 진료 예약을 걸고 병원에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있던 내 눈앞에 그녀가 들어서자, 나는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졌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를 병원으로 한 번 부르기 위해 수십만 원짜리 선물을 들고 가도 시큰둥했을 사람이 지금은 내가 마음을 정리하자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자주 더 필사적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싫어한다고 말했을수록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이러니 상황은 아주 아이러니해했다.
“여긴 병원이야. 그런 짓 하는 거, 창피하지 않아? 강윤서, 널 보면 그냥 역겨워.”
그녀는 손을 가슴께로 가져가 옷 단추를 푸는 듯하더니, 내 말에 움찔 멈춰 섰다.
그 눈엔 슬픔이 담겨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현아, 나한테 왜 그래... 난... 정말...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만해. 넌 용서받을 자격 없어.”
나는 고개도 들지 않고 환자 기록을 정리했다.
그 순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진우현, 윤서가 이렇게까지 낮은 자세로 사과하는데도 넌 끝까지 용서 안 해?”
이번엔 이건우였다.
그는 흥분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윤서는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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