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그 여자의 딸이 진 선생님의 손에 망가졌다고 하더군요. 학교도 못 가고 결국 우울증까지 왔다고요.”
간호사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 보호자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우울증 진단서에다 딸 사진까지 보여줬대요. 그러니 사람들이 다 믿었죠...”
그녀는 내 표정을 살피며 덧붙였다.
“진 선생님,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어차피 병원이라는 곳은 실력만 있으면 돼요.
다른 건 결국 지나가는 소문일 뿐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몇 년을 곁에서 봤는데... 선생님은 절대 그런 분 아닌 거... 저는 알아요.”
그녀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바깥에서 또 누가 들어왔다.
이번엔 원장님의 비서였다.
“의사 선생님들 전원 회의실로 모여주세요. 진 선생님, 늦지 마세요.”
비서의 눈빛은 명백했고 간호사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나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번 회의는 최근 퍼진 그 소문과 무관하지 않았다.
간호사는 걱정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진 선생님...”
“전 회의 가볼게요. 먼저 가봐요.”
그게 설령 함정이라 해도 나는 피할 수 없었다.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마주친 의사들의 시선은 낯설게 느껴졌다.
같은 과든, 다른 과든 모두가 나를 스쳐 가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수군거렸고, 누군가는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의연하게 정면을 보고 걸었다.
“진우현.”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원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널 병원에 받아들일 때 나는 네가 유학파에 실력 있는 인재라 믿었어. 그런데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어? 정말 너무 실망이야!”
아직 자리에 앉지도 못한 나를 향해 원장은 이미 맹비난을 퍼붓고 있었다.
그러자 회의실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어떤 눈빛은 조롱이었고 또 어떤 눈빛은 불쾌한 흥미였다.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 원장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
원장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허 선생, 자네가 직접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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