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그 여자가 뭐라고 했다면 그게 다 사실이 되는 건가요?” 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내가 뇌물을 받았고 환자에게 손을 댔다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카카오페이 송금 내역이든 선물을 받는 영상이든 그 여자 딸과의 관계라면 최소한 구체적인 날짜와 병원 CCTV 같은 증거가 있어야죠. 저를 범죄자로 지목할 수 있는 증거 말입니다. 내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병원에서 떠들고 다니기 전에 먼저 경찰에 신고했을 겁니다. 괜한 소문만 퍼뜨려서 딸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일은 안 하죠.” 나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절대 고개를 숙일 생각이 없었다. 그때 허준호가 비웃으며 끼어들었다. “그 여자는 혼자 아이 키우는 싱글맘이에요. 진 선생님처럼 배경 좋고 힘 있는 집안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병원에서 떠들어야 겨우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예요?” ‘결국 증거는 없어도 사람들이 믿으면 그게 진실이 된다는 얘기지.’ 병원 이미지도 생각해야 하니 원장으로서는 날 쳐내는 게 빠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조용히 쏘아붙였다. “제가 그렇게 대단한 배경이 있었으면 지금 제 자리에 허 선생님이 앉아 있을 리 없겠죠? 결국 당신들 손에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말에 대해 저는 단 하나도 인정 못 하겠네요.” 허준호는 조금 당황했는지 다시 날 물고 늘어졌다. “그럼 진 선생님이 윤시원 씨에게 약을 가져다준 건 사실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윤시원 씨가 퇴원한 후입니다. 병원 규정상 입원 환자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하는 건 문제가 되지만 퇴원 후의 관계는 다른 얘기죠.” “그래도 어쨌든 그 사람은 진 선생님 환자였잖아요?” 허준호는 말을 바꾸며 눈을 굴렸다. “그리고 정말 퇴원한 뒤에야 연락한 게 맞을지 누가 알아요? 아마 윤시원 씨한테도 진작부터 손댄 거겠죠!”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러 과거를 들추었다. “진 선생님, 예전에 강원 사립병원에 있었죠? 그 병원에서 가짜 약 유통했던 사건... 기억